[조이 김의 영화 세상] 불에 타도 죽지않는 사랑 (Incendies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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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김<영화 칼럼니스트/시카고>

 

도서관에서 영화를 빌렸다. 강렬하고 처절한 스토리와 대담한 전개로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전쟁의 비극, 증오와 사랑이 펼쳐지면서 미스테리같은 반전의 재미를 갖춘  뛰어난 작품이다.

캐나다. 엄마 ‘나왈’이 죽고 쌍둥이 남매 ‘쟌느’와 ‘시몽’은 나왈의 유언을 받는다.

죽기 직전 나왈은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침묵에 빠져서 생을 마감한다. 유언장의 내용은 나왈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정도로 어이없고 기괴하다. 세통의 봉함 편지가 전달된다. 한통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부에게, 한 통은 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의 오빠이자 형에게, 또 한통은 두 사람이 각각의 편지를 아버지와 형에게 전달하고 나서 열어볼 수 있다. 세 통의 편지가 제대로 주인에게 배달될 때까지 나왈의 시신은 관에도 못 들어가고 무덤에 비석도 세울 수 없게 했다. 시몽은 말도 안되는 엄마의 유언에 화를 내지만 이론수학자인 쟌느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오래 전에 중동에서 캐나다로 이민온 나왈의 옛 여권과 빛바랜 흑백 사진 한장을 가지고 쟌느는

엄마의 나라를 찾아간다. 영화는 딸 쟌느가 나왈의 과거를 추적해가고 젊은 시절 나왈의 행로가 펼쳐지면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기독교집안의 나왈은 이교도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둘이 도망치다가 오빠에게 들키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총살당한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죄로 죽임을 당할 뻔한 나왈을 외할머니가 구해주고 열 달후 나왈은 아들을 낳는다. 아기는 탯줄을 끊자마자 모슬렘 지역의 고아원에 보내진다. 할머니는 아기의 발뒤꿈치에 세개의 점을 새긴다. 나왈은 아들을 꼭 찾겠다고 맹세하고 도시에 나와 삼촌 집에서 대학을 다닌다. 종교, 집단간 갈등으로 내란이 일어나고 총성과 폭발이 계속된다. 아들의 고아원이 있는 남부지역이 초토화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나왈은 위험을 무릅쓰고 남쪽으로 향한다.

도중에 나왈이 탄 버스가 기독교 민병대에게 붙잡히고  모슬렘 승객들은 민병대의 무차별한 총격에 사살된다. 버스가 불태워지기 직전 나왈은 십자가 목걸이를 보이며

살아남는다. 살육 현장을 벗어나  고아원에 도착하니  폐허속에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통곡하던 나왈은 믿었던 기독교의 위선과 잔인함에 치를 떨고 기독교 정치인의 암살에 자원한다.  나왈은 현장에서 붙잡히고 감옥에 끌려가서 십오년의 형을 살게 된다.

죄수 72번 나왈은 자긍심을 지키려고 애쓰고 늘 노래를 불러서 ‘노래하는 여자’로 불리운다.  악명높은 고문 전문가 ‘아부 타렉’이 나왈을 망가뜨리기 위해 투입된다.

아부 타렉은 거듭해서 나왈을 강간하고 조롱한다.  나왈은 임신을 하고  감옥에서 출산을 한다.

여기까지 알아 낸 쟌느는  동생 시몽을 불러들이고 둘은 감옥에서 태어난 자신들의 형제를 찾기 위해 여행을 계속한다. 아이를 낳은 나왈은 감옥에서 풀려나고  캐나다로 이주했다. 남매는 감옥에서 나왈의 애를 받아 준 늙은 산파를 만난다. 산파는 나왈이 쌍둥이를 낳았다고 증언한다.  시몽은 나왈의 후원자를 찾아서 그로부터 아부 타렉이 고아원에 버려졌던 나왈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나왈의 아들은  고아원에서 모슬렘측에 의해 기독교인 저격수로 키워졌다. 나중에  기독교 측에 잡힌 후에는 그들에 의해 고문 기술자로 훈련받았다. 남매는 캐나다에 살고있는 아부  타렉을 찾아가 두 통의 편지를 전한다. 남매의 생부인 고문 기술자와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나왈의 편지이다.  그런 후 자기들 앞으로 보낸 엄마의 편지를 읽는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감정의 무게와 울림이 너무 생생하고 날것이라 가슴에 생채기가 난 것 같다. 불어 제목 ‘Incendies’는 영어로 ’Scorched’로 번역을 했는데  ‘불에 타서 그을린’ 이란 뜻이다.  삶의 무자비한 불길 속에서 화상을 입고도 그 흉터를 품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한 여자의 놀라운 이야기 이다. 모래 먼지 날리는 황량한 중동의 벌판, 햇빛에 그을린 사람들, 내전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폐허와 고아들의 크고 검은 눈동자.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미워하고 죽이고 복수하면서 되풀이되는 비극. 여자로서 징그럽고  끔찍한 삶의 터널을 지나온 나왈은 자신의 죽음을 사랑과 용서 화해와 축복의 계기로 바꾼다.

“너희들의 탄생은 (강간에 의한 ) 공포로 시작됐지만, 너희 아버지(아부 타렉) 는 (종교를 뛰어 넘은 ) 진실한 사랑으로 탄생했단다. 함께 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너희를 사랑한다.” 쌍둥이에게 남긴 편지내용이다. 자식들을 한 곳으로 모아 어미의 가슴으로 품고  떠났다. 아름답고 강렬한 화면, 애절하고 섬세한 음악, 소름끼치는 배우들의 연기.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2011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