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시간 오전? 오후? 언제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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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시간대에 따라 의사의 처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AP>

의사의 피로도에 따라 처방 등 영향···가급적 오후는 피해야

의사를 찾는 환자는 진료시간을 오전으로 잡는 것이 나을까, 오후에 잡는 것이 도움이 될까? 진료 시간대가 진료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는 것인가? 사소한 궁금증 같지만 진료시간대에 따라 의사의 처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의사를 찾는 환자는 가능하다면 오후보다는 오전 시간에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피로가 쌓이는 오후와 진료를 막 시작한 오전의 처방이 차이가 날 수 있어 환자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내과전문의인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제프리 린더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의사의 피로감이 환자에 대한 진료와 약 처방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급적 오후 시간 진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오후에는 의사를 찾지 말라”는 직설적인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린더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오후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가 의사들에게도 있으며 오후의 피로가 진료와 처방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바꿔가며 정신없이 진료를 하다 차츰 집중력은 떨어지고 쉬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해진다. 이때가 바로 오후 3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스낵을 먹게 되는 시간이다. 의사로서 지난 20년간 반복하고 있는 오후 일상의 모습”이라고 고백한 린더 교수는 의학전문 학술지 ‘JAMA 네트워크’에 실린 최신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피로감이 쌓이게 되는 오후 시간대로 갈수록 의사들은 오전에 비해 환자의 대장암 및 유방암 검사 오더를 더 적게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환자들에 비해 오전 시간 환자들이 10∽15% 이상 암 진단 검사 오더를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린더 교수는 “오후 시간대로 갈수록 의사들은 더 많은 ‘의사결정 피로’를 느끼게 돼 결정을 뒤로 미루거나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전부터 발을 동동거리며 이 환자 저 환자 진료로 바쁘게 일하다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흰 토끼’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초초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는 피로를 느낀다는 것이다. 판사들이 오전에 가석방을 잘 내려준다는 한 연구와도 같은 맥락이다.
린더 교수는 의사들이 오후에 항생제 처방을 많이 하게 된다는 자신의 2014년 연구도 소개했다. 진료를 막 시작한 오전 8시에 비해 오후 4시에 항생제 처방이 26%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다. 피로가 쌓일수록 의사는 환자에게 항생제가 불필요하다는 설명을 하기보다 손쉽게 항생제를 처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진통제 처방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늦은 오후가 될수록 백신 처방이 줄고, 대신 마약성 진통제(opioids)를 처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반인들은 의사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진료 시간대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린더 교수의 고백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들이 오전 시간에만 진료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 린더 교수는 불필요한 대면진료를 줄여 하루 12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며, 이를 위해 대면진료에만 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사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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