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구원의 순서(선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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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로뎀교회 담임/시카고)

하나님은 영원한 현재에서 당신의 선한 뜻에 따라 구원할 자를 선택하신다. 하나님이 선택한 자는 구원받는다. 그러면 여기에서 몇 가지 질문이 생긴다. 첫째, 하나님이 선택하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는가? 그렇다. 구원이라는 말 속에는 자기 스스로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미 내포되어 있다. 모든 사람은 영적 시체와 같다. 영적 시체는 의에 대하여 죽었다. 영적 시체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영적 시체는 율법을 지킬 수 없다. 영적 시체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능력이 없다. 영적 시체는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없다. 영적 시체는 자기중심적이다. 영적 시체는 자신을 구원할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능력 있는 존재가 구원해 주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이 선택하지 않으면 구원받기를 원치 않는가? 그렇다. 본성의 인간은 전적으로 부패해 있다. 전적으로 부패해 있다는 말은 죄의 씨앗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 씨앗이 전인격의 모든 부분에 미친다는 뜻이다.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에 죄의 본질이 자리 잡고 있어서 오염된 열매가 나온다. 이 오염된 열매가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그 강도가 세진다. 열매는 환경과 성격의 영향도 받는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인이지만 그 열매의 강도와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부패한 인간이 지옥에 가게 되면 부패의 정도가 극에 달한다. 죄의 열매가 완전히 익는다. 그러나 이 세상 사는 동안은 죄의 열매가 익어가는 중이기에 지옥에 있는 사람만큼 악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죄의 본성이 있어 자라고 있으므로 구원받기를 원치 않는다. 부패한 본성은 죄를 즐긴다.

셋째, 하나님이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원받을 수 없고 구원받기를 원치 않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때문에”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능력과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는 “예”이다. 동시에 모든 구원의 공로가 하나님에게 있다는 의미에서도 “예”이다. 그러나 구원받지 못한 책임이 하나님 “때문”이냐는 의미에서는 “아니오”이다. 인간에게 있어 “때문에”라는 용어는 공로와 책임 모두를 지게 한다. “때문에”는 원인과 결과가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순차 속에서 사용된다. 원인은 어떤 결과에 대한 모든 공로를 갖고 책임을 진다–그것이 선하든 악하든,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러나 하나님에게 있어 “때문에”는 초월적이다. 하나님에게 적용되는 “때문에”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사·차원의 직선적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때문에”가 아닌 평면적, 내지는 입체적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때문에” 이다. 신학자의 말대로 영원한 현재의 “때문에”는 책임과 공로를 분리한다. 사실 하나님의 사역을 온전히 표현할 인간의 용어는 없다. 초월적 차원과 제한적 차원이라는 존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도 자기가 사는 적도지방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그가 경험할 수 있는 단어로 겨울에 내리는 “눈”을 설명할 완전한 방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굳이 말하자면 하나님의 선택에 적용할 수 있는 “때문에”는 “때문에 1”과 “때문에 2”로 구분해서 쓰거나, 공로와 책임을 분리할 수 있는 두 가지 종류의 “때문에” 단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넷째, 누군가가 구원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하나님에게 책임이 있는가?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하나님에게는 책임이 없다. 택함 받지 않은 자는 구원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의 택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책임과 관련해서) 구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구원을 거부했기 때문에 구원받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눈에 이런 논리는 이중잣대처럼 보이고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의 존재 방식과 인간의 존재 방식이 다름을 기억하자. 하나님은 인과관계의 지배를 받지 않지만 우리는 받는다. 구원의 모든 공로는 하나님에게, 심판의 모든 책임은 사람이 진다. 누군가가 죽어서 낙원에 간다. 그 사람은 하나님이 자신을 구원해 주신 은혜에 한없이 감사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선함이 없음을 깨닫는다. 하나님이 전적으로 선택했기에 자신이 구원받음을 깨닫는다. 반면 음부 또는 지옥에 간 사람은 심판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부패한 마음 때문에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를 통해 들려오는 하나님의 부름을 거절하고 복음을 거절하며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하나님 말씀을 따라 순종하지도 않으며 선한 삶을 살지도 않고 죄를 기뻐했기에 심판받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