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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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횃불트리니티 총장 어시스턴트/횃불재단 DMIN 스태프)

세례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나?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28장 1항은 설명한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신약의 성례로서, 세례받은 당사자를 유형 교회에 엄숙하게 가입시키는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그 당사자에게는 은혜 언약의 표호와 인호가 되며, 그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붙임을 받고 중생하고 죄를 사함 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기로 하나님께 헌신하는 표효요 인호이다. 이 성례는 그리스도 자신이 친히 명하신 것이기에 세상 끝날까지 그의 교회 안에서 계속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고백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 구원의 순서를 다루어 보자. (1) 예정이 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선하신 뜻 가운데에, 자기 백성을 시간 밖에서 예정하신다. (2) 소명, 즉 부르심이 있다. 하나님은 선택한 자녀를 하나님의 시간에 부르신다. (3) 중생, 즉 거듭남이 있다. 성령은 영적으로 죽은 시체와 같은 사람 속에 하나님의 영을 불어서 다시 살리신다. 다시 태어나게 하신다. 중생은 전적으로 성령 하나님의 역사다. (4) 중생한 자는 회심한다. 인생관과 인생의 목적이 바뀐다. 회심은 두 가지로 구성한다. 하나는 회개이고 또 하나는 믿음이다. 회개는 죄에서 돌이키는 것을, 믿음은 그리스도를 구주와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5) 회심 다음은 칭의라고 한다. 인간의 시간 안에서는 의로움이 완성되지 않지만,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는 이미 의롭다. (6) 칭의 다음은 양자, 즉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다. 여기 소명에서 시작해서 중생, 회심, 칭의, 양자까지는 한순간을 가리키고 예수님을 처음 만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의미한다. 이 순서는 시간적 순서가 아닌, 논리적 순서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다음에 나타나는 성화라고 하는 과정의 맨 처음 순간을 나타낸다. (7) 성화는 거룩하게 되어가는 과정이다. (8) 그리고 성화가 완성되는 것을 영화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례는 이 구원의 순서에서 어느 부분과 관련이 있을까? 회심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례가 회심과 깊은 관계가 있기는 해도, 이에 제한되지는 않다. 이유는 구원의 순서에서 회심 부분만 따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죄인이 회심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중생이라는 역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생이 있으려면 하나님이 불러야 하고 하나님은 예정 가운데 선택한 사람만을 부르신다. 또한 회심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회심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화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원의 순서에서 회심 만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논지에 의할 때 세례는 회심과 깊은 관계를 맺지만, 나머지 부분, 성화나 중생과의 연관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세례의 적용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례의 이런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할 때, 세례에 대한 이해가 좁아진다. 이를테면 세례의 방법과 세례의 대상자 면에서 그렇다. 어떤 교파는 세례는 물에 반드시 침수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언어로 신앙고백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는 세례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례의 의미를 구원의 한 부분, 특별히 회심이라는 부분에만 두기 때문이다. 개혁주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28장 1항을 보면, “세례는…그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붙임을 받고 중생하고 죄를 사함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기로 하나님께 헌신하는 표요 인장이다”고 한다. 즉, 개혁주의는 세례를 성화까지 포함한 포괄적 의미로 본다. 세례는 단지 죄를 씻는 것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을 좇아 살기로 부단히 노력하는 다짐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