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은의 핵무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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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한미자유연맹 부총재/시카고)

 

북한 김정은이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 완성이 되가는 시점에서 북한은 여전히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이 완성 되가는 시점에서, 강경대북제재와는 상관없이 은밀한 여러 종류의 친북세력들 즉, 한국 내, 중국, 러시아 공산혈맹 등에 의한 지원은 북한의 핵전략을 완성시킬 것이다. 매우 위태로운 현실이다.

핵전략이란 핵무기의 구성·배치·운용을 둘러싼 군사전략을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비교하여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전략사상을 일변시켰다. 핵무기는 그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궁극의 무기’라고 불리게 되었고, 그 무기의 사용으로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은 이제 영원히 회피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등장하게 됐다. 비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의 사용은 없었지만 전쟁은 계속 발생했으며, 핵무기 사용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국제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핵무기의 등장과 함께 핵전략도 단순히 핵무기의 배치·운용에 따른 군사 전략이라기보다는 핵무기의 존재를 배경으로 하여 국제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성격이 강해졌다.

북한은 2012년 4월에 수정·보충한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서 ‘핵 보유국’임을 명시했다. 이후 2013년 3월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당시 김정은은 “제국주의자들의 압력과 회유에 못 이겨 이미 있던 전쟁억제력마저 포기했다가 종당에는 침략의 희생물이 되고만 발칸반도와 중동지역 나라들의 교훈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경제· 핵 무력 건설의 병진은 “조성된 정세의 필수적 요구”이자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말했다. 북한은 핵 보유의 원인을 이른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으로 돌리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첨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을 핵 억지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핵과 미사일의 수준은 질량 면에서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북한은 소수의 핵무기로 미국을 억지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핵 억지 전략 가운데 ‘실존적 억지(Existential Deterrence)’ 전략에 해당된다. 실존적 억지는 약소국들 간에, 혹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 작동되는 핵 억지 전략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력은 보잘것없지만 서로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기에 핵전쟁이 억지된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도 이러한 실존적 억지가 작동한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는 그 숫자도 알 수 없을 만큼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게다가 북한에는 핵무기를 은닉하기 좋은 땅굴이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다. 유사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복수의 핵탄두를 투하하지 않고서는 북핵을 모두 제거하지 못한다.  미국의 핵공격에서 살아남은 단 개의 핵무기가 미국 땅에 떨어지면 이는 엄청난 재앙이 된다. 이러한 실존적 억지 개념에서 보면 핵무기의 보유량과 질적 수준에 관계없이 북한의 핵무력은 미국의 핵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제정치학 이론인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이 바로 이런 상황을 묘사한다. 강대국을 상대해야 할 약소국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슴도치의 가시를 보유하여 사자가 건들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핵시설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 도난 및 사보타지 등으로부터 안보, 불법적인 확산방지에 대한 국제적 협력의 뜻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러한 협조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달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전력의 안전, 안보 및 비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용하여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계산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군축을 언급한 이유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핵전력을 감축하고 행동반경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면 향후 북한의 의무는 ‘핵폐기’가 아니라 ‘핵군축’이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자체가 NPT를 포함한 국제체제를 위반한 것이라는 논리로 북핵의 폐기를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면 북한의 핵개발을 국제사회가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대신에 중동 등 다른 국가로 북핵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의 화두가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미국 역시 암묵적으로 이러한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북한은 북미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논의 및 미·중·러를 포괄한 ‘핵군축’ 회담 등을 제안했다. 물론 사기극이다.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