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 한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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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 지닌 특징 중 하나는 독자가 데오빌로 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누가는 이 한 사람을 위해 한글 성경을 기준으로 100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글을 썼습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쏟은 누가의 열정과 헌신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글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필기 도구를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책값을 보면 재료값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 제국의 쇠망사라는 저서에서 당시 책값을 지금 책값의 100배 정도로 추정합니다. 요즘 한국의 평균 책값이 15,000원 정도라고 하니 100배면 150만원인 겁니다. 필기에 사용되는 재료값이 얼마나 비쌌을지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도 누가는 데오빌로 한 사람을 위해 엄청난 양의 내용을 글로 써서 보낸 겁니다. 대단한 희생입니다.

글을 쓰는 작업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누가는 바울이 2차 선교 여행 때 만난 이방인으로 추정됩니다. 바울과 선교 여행을 같이 했으니 사도행전을 기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전혀 만나본적이 없고 이방인의 신분인 누가가 복음서를 쓴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누가는 의사, 즉 과학자로 정확성이 몸에 밴 사람이었습니다. 누가복음을 시작하면서 누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후 복음서를 쓰기 시작했다고. 누가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 누가는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 사도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을 거고, 또한 돌아다니는 관련 자료들을 최대한으로 모으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 겁니다. 지금처럼 도서관과 인터넷과 교통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누가의 복음서 프로젝트는 상상을 뛰어넘는 고역이었을 겁니다. 대단한 열정입니다.

도대체 데오빌로가 누구이길래 누가는 이처럼 희생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던 걸까요? 누가복음 시작 부분에 단서가 있습니다. “이는 각하로 그 배운 바의 확실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그러니까 누가가 데오빌로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런데 데오빌로가 아직 복음이 진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누가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그리고 왜 누가를 포함한 제자들이 생명을 걸고 예수님을 전하고 있는지를 글로 정리해서 보내기로 결심한 겁니다. 누가는 단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으로 이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과 예수님께서 주신 전도의 소명과 그리고 전도 대상자를 향한 아가페 사랑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누가의 헌신은 열매를 낳게 됩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보면 데오빌로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져 있습니다. 누가복음에서는 데오빌로 각하라고 부릅니다. 직위를 붙여서 불러야할 정도로 형식적이고 거리가 있는 사이임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에선 그냥 데오빌로라고 부릅니다. 이 호칭을 통해 두 사람이 주님 안에서 형제, 즉 한 식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을 읽어가는 중 데오빌로에게 큰 변화가 생긴 겁니다. 주님께서 누가의 헌신을 도구 삼아 그에게 구원을 선물로 주신 겁니다.

주님은 단 한 사람을 향한 누가의 열정과 헌신을 통해 우리들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들은 나 예수와 내가 너희들에게 준 전도의 소명과 내가 만나게 한 전도 대상자들을 아가페의 사랑으로 사랑하고 있느냐?” 우리가 대답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