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몰락의 시작, 희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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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시카고 기끔의교회 담임)

미국은 언제까지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헤지펀드의 대부’로도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미국의 현 모습을 75살의 제국으로 보고 이미 “쇠락의 징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위스콘신 대학의 역사학 석좌교수인 앨프리드맥코이는<대전환: 2030 미국 몰락 시나리오>에서 미국이 2030년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가 하면<제국의 미래>를 쓴 제이미추아는 고대 제국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나타난 초강대국 혹은 제국의 흥망을 연구했는데, 모든 강대국들은 서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어떤 절대적 우위에 오르기까지‘관용적이고 다원적인’ 나라들이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경우 이 관용성을 잃고 외국인들을 배척하고 혐오하며 인종적, 종교적, 국가적 순수성을 촉구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든 공통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이 이런 쇠락의 징후들을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 속에서 모든 강대국들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 때 그것은 분명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할 만큼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고, 그 징후는 사회 전반에서 오랫동안 나타나고 있었다. 한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엄청난 성공을 이루고,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몰락해 간다. 젊은 시절 순수하고 열정적이던 목회자들이 어느 순간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고 실망시키면서 떠나간다. 왜 한 때의 영웅들이 몰락하는 걸까?무엇보다, 이런 쇠퇴 혹은 몰락의 징후는 언제 나타나는 것일까?

위대했던 솔로몬 왕국이 솔로몬이 죽자 곧 분열과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몰락의 시작은 언제였을까?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에게 찾아왔던 무리들의 호소 속에 힌트가 있다. “왕의 아버지께서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왕은 이제 왕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메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왕을 섬기겠나이다”(대하10:4). 솔로몬이 이룬 엄청난 번영 뒤에과도한 노역과 세금에 시달린 백성들의 고통이 있었다. 바른 통치를 위해 주께 받았던 그 ‘듣는 마음’은 어디로 갔던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성경은 솔로몬의 여인들이 “그의 마음을 돌려 다른 신들을 따르게”하였다고 말한다(왕상11:4).

몰락의 시작은 전쟁의 패배도, 경제 실패도 아니었다. 결국 마음이 문제였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을 터, 모든 일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일어났을 것이다.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길로 가는 일은 없다. 대수롭지 않게 빠진 한 두 번의 예배, 귀찮아서 건너 뛴 몇 번의 말씀 묵상, 한 두 번의 험담, 재미 삼아 본 포르노그래피, 장난삼아 해 본 도박, ‘불륜은 아니야’라고 하면서 가진 몇 번의 만남, ‘이 정도 쯤이야’ 하며 내뱉는 작은 거짓말과 불법적인 방법의 사업 방식, 타인종 혹은 외국인에 대한 혐오의 표현들… 이 모든 사소해 보이는 죄들이 쌓이고 쌓여 영적인 질병을 낳고 몰락의 길로 이끈다.

달력이 한 장 남았다. 열 두 장 남았던 그 때의 첫 마음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정채봉 시인은 <첫마음>이란 시에서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그 사람은 “언제이든지 늘 새마음”이라고 했다. 그 마음이라면 12월도 1월이고, 마지막도 처음이다. 다시, 희망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