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대 공포증

452

유병희(인디애나 음대 반주과 객원교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노래, 연주, 공연 등을 할 때 불안 또는 공포를 느끼는 증상을 무대 공포증이라고 한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발표를 할 때 목소리가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땀이 나기도 한다.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이 일상인 연예인들도 무대 공포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또한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해야하는 음악가들 중 상당수가 무대 공포증을 경험한다. 콩쿠르나 음악대학 입시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수년간 노력한 결과가 10-15분의 연주로 판가름이 나기 때문에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청심환이나 처방 받은 안정제를 먹고 연주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하나의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지만, 막상 무대에서는 연습 때처럼 실력 발휘를 다하지 못해 속상했던 경험들이 연주자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항상 연주를 마치는 연주자는 아마 없지 싶다. 수 백 번 수 천 번을 연습한 곡이지만 무대에서 악보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 연주를 하는 학생들의 반주를 하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무대 위에서 악보나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멈추거나 박자를 놓치는 등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기면 덩달아 가슴이 철렁한다. 실수를 빨리 잊고 연주에 집중 해야하는데 실수 때문에 신경이 쓰여 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연주 직전에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어떤 상황이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연주하라는 것과 즐기며 연주하라는 것이다.  실수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연주를 마치는 것이 진정한 프로 아닐까.

실력이 부족하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만 무대 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대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들이 알아 차리기 힘든 작은 실수에도 본인 스스로 괴로워하고 불만감을 키우게 된다. 그렇기때문에 더욱더 노력하게 되고, 실제로 발표나 연주를 잘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가들 조차도 무대 공포증으로 고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도 무대 공포증으로 수년간 연주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연주 직전 무대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망설이면 무대 뒤에서 사람들이 호로비츠를 무대로 떠밀었다고 한다. 호로비츠는 무대 공포증에 대해서 어떤 실수라도 그 실수를 무대 위에서 하는 이야기 중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블로 카잘스도 무대에 서기만 하면 공포증으로 인해 시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공포증으로 인한 심장의 격렬한 통증 때문에 늘 고생했지만, 그의 연주는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대 공포증이 때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무대 위의 긴장감을 즐기면 오히려 연주를 좀더 생동감 있게 할 수도 있다. 무대 위에서  음악적인 흥분이 시너지를 만들어 더 좋은 연주를 하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주자들도 자신만은 본인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강도 높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몰입과 인내로 꾸준히 연습하고 마음을 편하게 다스리는 것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카잘스도 구십이 넘어서도 매일 첼로 연습을 몇 시간씩 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할수록 첼로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