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음의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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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서서평 일대기를 다룬 영화 상영은 끝났지만, 영화를 통해 받은 감동이 지금도 짙은 여운으로 남아있어서 시사회 당일에 있었던 일들과 느낌들을 더듬어 기억해봅니다.

그날 AMC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양로원으로 옮기신 안수집사님의 건강한 모습을 본 후였기 때문입니다. 5층 방에 도착하니 물리 치료사와 함께 상체 근육 훈련을 하고 계셨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방을 둘러보는데 작은 책상 위에 놓인 성경책과 노트와 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근황을 여쭤보니 힘있는 목소리로 답해주셨습니다. “어제는 다리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걷는 것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성경쓰기도 여기서도 계속하고 있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극장 앞에 도착하니 벌써 몇몇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이 와 계셨습니다. 무료시사회를 주관하는 CGNTV의 K목사님과 취재를 위해 나온 H 일보 H 기자도 보였습니다. 시카고 지역의 교역자 부부가 함께 감상할 영화 제목은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말씀과 예수 사랑 그리고 간호 기술로 무장하고 먼 이국 땅 조선에 건너와 54세의 나이로 하나님 품에 안길 때까지 자기 전체를 드려 선교한 엘리자베스 쉐핑(한국어 개명 이름: 서서평)의 일대기를 조명한 영화 입니다.

몇 주 전 CGNTV에서 연락을 받고 마음이 설랬습니다. 지난 할렐루야 대성회에 강사로 오신 목사님들이 한 목소리로 좋은 평을 하셔서 마음에 담아둔 영화였는데 마침 이곳에서 시사회가 열린다니 참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 교역자 부부 모두를 초대한다는 말에 더 기뻤습니다.

12시 5분쯤 되니 40여분이 모였습니다. 모처럼 문화 공간에 함께 모인 목회자들의 얼굴이 밝았습니다. 드디어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고…78분 후 다시 불이 들어왔습니다. 스크린에 담긴 한 선교사의 헌신적인 삶에 깊이 몰입하는 동안 어느 새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5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담요 반 장, 강냉이 가루 두 홉, 동전 일곱 개가 전부였다”는 나레이션은 서서평이 펼친 사역의 내용을, “천국에서 만납시다”는 유언은 선교의 동기를, 침대 곁에 붙어있던 “성공이 아닌 섬김(Not Success But Service)”이라는 쪽지는 선교의 방법을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는데 H 기자가 간단한 영화평을 부탁하더군요. “영화이 끝나고 엔당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예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한 알의 밀이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또한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린 수많은 미국 출신 선교사님의 이름들이 서서평 선교사님의 삶에 오버랩 되면서 ‘우리 한국인은 복음에 빚진 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우리가 이민자로 이 미국 땅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동성간 결혼이 허용되는 등 하나님의 말씀에서 멀어져가고 자국민 이기주의에 빠져 하나님의 사랑이 식어져 가는 이 미국 땅에 주님께서 보수적 신앙을 지닌 한인 교회, ‘복음의 빚’을 진 성도들을 곳곳에 심으신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복음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을 찾아 실천하라는 주님의 마음이 느껴진 겁니다.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물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기도하는 중 ‘복음의 빚’을 갚는 방법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자녀들을 이 땅의 건강한 크리스천 일군들로 양육하는 겁니다. 생각할수록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