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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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TF 위원장)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가? 잘 알려진 것처럼,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7년 말에 개봉한 랍 라이너 감독의 이 영화 <버킷 리스트> 덕분에 한국 사회에서도 나만의 버킷 리스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노인들로 등장하는 영화다. 이들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실제로 하나씩 성취하면서 그 리스트를 지워 나간다.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머스탱을 운전하고, 북극 위를 날아가고,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만리장성, 아프리카 사파리, 이집트의 피라미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진짜 소원은 무엇인가?

솔로몬에게 하나님께서 물으셨다. “내가 네게 무엇을 주랴 너는 구하라.” 소원을 말해 보라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제안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소원을 빌겠는가? 성경은 이 질문으로 가득하다. “이르시되 너희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막10:36) “예수께서 말씀하여 이르시되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막10:51a) “예수께서 머물러 서서 그들을 불러 이르시되 너희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마20:32) 예수께서는 계속하여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속에 내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는 사람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솔로몬은 무엇이라고 대답했는가?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구별하게 하옵소서”(왕상3:9). 이렇게 구한 솔로몬에게 하나님은 지혜를 주셨다. 여기에 흔한 오해가 있다. 많은 부모들이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아들 딸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여기서 말하는 지혜는 쉽게 말하면 공부 잘하게 해 달라는 말이다. 솔로몬 같은 지혜를 주셔서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고 좋은 대학 가고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그런 지혜와 명철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솔로몬이 지혜는 그런 지혜와 아무 상관이 없다. 솔로몬이 구한 것은 ‘듣는 마음’이었다. 지혜는 곧 듣는 마음이다. 백성들을 잘 재판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힘없고 억울한 백성들의 음성을 잘 듣는 마음이 곧 솔로몬이 구하고 받은 지혜였다. 하여, 솔로몬이 정말로 원한 건 지혜 그 자체가 아니라 주님의 나라였다. 주의 말씀을 잘 듣고 백성들의 말을 잘 들어 창기처럼 천한 백성도, 가난한 자들도 억울한 일 당하지 않고 그들의 소리가 들려지는 나라를 원한 것이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는 자신이 정말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딸과의 화해였다. 그의 소원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믿음을 갖고 산다는 것은 소원이 바뀌는 것이다. 그저 세상의 성공과 자식의 출세를 위해 믿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땅의 것을 소원하던 사람이 하늘의 것을 소원하는 사람을 바뀐다. 먼저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사람으로의 변화가 곧 믿음의 증거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기도할 때 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무엇 주기를 원하느냐.” 그의 대답은 단 한 줄이었다. “주여, 오직 당신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