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통과 문화1: 고맥락 vs 저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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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목사(다솜교회 담임/시카고)

21세기 한인사회의 최대 화두는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통을 잘하는 리더, 소통이 잘되는 교회 그리고 소통이 잘 되는 직장 이런 것들을 요청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거나, 보다 나은 소통의 기술을 갖기 위해서 실제적으로 자신을 훈련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감사한 사실은 세상에는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참고자료들과 연구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앞으로 수주에 걸쳐서 쓰고자 하는 칼럼의 내용은 소통에 도움이 되는 문화적인 요소들에 관한 것입니다.

오늘은 저맥락과 고맥락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혹 저맥락, 고맥락 이런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무슨 고혈압 저혈압과 관련이 있는 말 같지만, 사실은 문화학 또는 소통학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저맥락이라는 말은 소통에 있어서 주변의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를 적게 하는 문화를 말하는 것이며, 고맥락은 소통에 있어서 주변의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맥락의 문화에서 소통은 아주 직설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고맥락의 문화에서는 소통은 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효율성 보다는 체면, 이해관계 등을 좀 더 배려하는데 관심이 있는 문화가 고맥락 문화입니다.

저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은 소통할 때는 소통에 사용하는 단어, 그리고 그 단어의 의미와 내용 이런 것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소위 말한 것이 거의 의미하는 것입니다. 반면 고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은 소통을 위해서 사용된 단어의 의미 보다는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한 상황, 그리고 의도 이런 것들에 더 집중을 하는 소통의 방식입니다. 사용하는 단어나 그 단어가 지니는 사전적인 의미 이런 것 보다는 소통에 참여한 사람의 얼굴표정, 손짓과 발짓, 그리고 말한 사람의 형편 등을 고려합니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말 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의미가 더 중요한 그런 간접적인 방식의 소통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미국 사람들이나 독일 사람들은 매우 저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런 문화내에서의 소통은 Yes 와 No 가 분명 합니다. 정확한 단어를 골라서 말해야 하며, 빈도와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는 다양한 단어들을 잘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 일본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은 매우 고맥락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Yes는 Yes 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No 일 수도 있습니다. 미워한다는 말이 진짜 미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정 반대로 관심이 많다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만약 미국 친구가 우리에게 ‘우리 점심 식사 한 번 같이 합시다”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정말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어떤 한국 사람이 ‘우리 밥 한 번 같이 먹읍시다”라고 했다면 그것은 진짜 같이 밥을 먹자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사치레로 한 말 일 수도 있고, 좀 더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사 표시일 수도 있는 것이지 정말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말 밥을 같이 먹자는 제안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저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고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의 대화는 모호하고 불분명하며 무책임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게 됩니다. 반면 고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 저맥락의 문화를 가진 사람의 대화는 무례하고 건방지며 상처를 주는 대화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 자신의 소통의 방식과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의 소통의 방식이 저맥락인지 고맥락인지를 조금만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저맥락과 고맥락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고, 소통의 효과를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서로 다른 맥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소통을 합니다.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교회와 가정에서도 만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말이 저맥락인지 고맥락인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을 상대방은 어떻게 그들의 맥락 안에서 받아들이게 될지를 또한 생각해 보세요. 우리의 소통의 기술이 한 단계는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