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몬 그리고 주님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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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구레네 사람 시몬의 삶은 우리들에게 큰 영적 교훈을 줍니다.

구레네는 아프리카 북쪽 해안에 위치한 지역으로 유대인들이 많이 모여살던 곳입니다. 시몬은 그곳으로부터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찾은 디아스포라 유대인인 겁니다. 시몬은 시내에서 벗어난 변두리에 머물렀습니다. 절기 때만 되면 예루살렘은 성전을 찾아온 외지인들로 붐볐는데, 시몬은 늦게 도착했거나 아니면 시내 숙박 시설의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같습니다. 그날 시몬은 오전 기도 시간인 제 삼 시(현재 시간으로는 오전 9시)에 맞춰 성전에 도착하기 위해 일찍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제 3 시에 십자가 형을 집행하기 위해 예수님과 두 강도를 이끌고 가는 로마 군인들을 만난 겁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자꾸 쓰러지셨습니다. 전날 밤 늦은 시간에 잡혀 밤새 공회원들로부터 심문과 고문을 당하시고, 공회가 끝나자마자 곧 바로 빌라도 법정에 끌려가 재판을 받으시고, 그 직후 로마 병정의 모진 채찍질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신 주님께 무게가 약 60kg나 되는 십자가는 감당하기 힘든 형틀이었습니다. 그때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질 자를 찾던 로마 군인의 시선에 시몬이 딱 걸리고 만 겁니다. 이 예상치 못한 일에 시몬은 상당히 기분 나빴을 겁니다. 그런데 구원의 측면에서 보면 시몬은 본의 아니게 엄청난 사건을 체험하게 된 겁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주님과 함께 골고다에 올라,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모습을 목격함으로써 구원의 전과정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실제 시몬의 삶과 그의 가정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마가가 기록한 복음서는 시몬을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라고 소개합니다. 마가는 이 복음서를 로마의 성도들을 독자로 삼아 썼습니다. 그래서 마가는 로마 교회라면 알 수 있는 시몬의 아들들의 이름을 적어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가는 십자가 사건을 통해 시몬의 가정에 임한 하나님의 축복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로마의 성도들이 정말로 시몬의 아들들을 잘 알고 있었을까요? 로마서에 그 답이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해가며 인사를 전합니다. 그중에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시몬의 가정이 언제 로마로 이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몬의 아들 루포와 그의 아내는 바울의 인사를 받을 정도로 로마에서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로마서에 시몬과 알렉산더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건 두 사람이 이미 그전에 하나님 품에 안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 짧은 수명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루포와 루포 어머니의 구원과 신앙은 시몬을 통해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시몬에게 하나님께선 구원 사역의 전과정을 보여주신 것뿐 아니라 구원도 선물로 주신 겁니다. 마가는 시몬을 통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시몬과 그 가정에 임한 구원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영적 교훈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입니다. 예수님을 전혀 모르던 시몬이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된 일이 우연일까요? 신앙인들의 사전엔 우연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주 안에 하나님의 섭리가 안 미치는 영역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연처럼 보이는 이 사건을 사용하셔서 시몬과 그 가정을 구원하신 겁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입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에베소서 2장 8절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선 우리를 창세전에 이미 택해두셨고, 때가 되었을 때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우리를 구원해주셨습니다. 우리를 그만큼 사랑하시며 소중하게 여기시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영적 자존감을 가지고 이 땅을 살아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자녀다움을 잃지 않는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