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암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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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몇 주전 주말 아침, 오랜만에 장만한 새 옷들이 걸려 있는 옷장 안을 보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아내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새 옷들 때문에 행복했던 사람은 제 아내만은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날 아침 만큼은 입을 옷이 없다는 그 흔하고 흔한 여자들의 푸념을 들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세상 모든 남편들이 그러하겠지만 아내가 저에게 하는 말 중에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말은 바로 ‘오늘 옷 사러 가볼까’라는 말입니다.  fitting room 앞에서 멋쩍게 기다리고 있다가 들고 들어간 옷을 하나씩 입고 나오는 아내의 모습에 대하여 일일이 평가해 줍니다.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 말해 주었는데도 결국 한 벌도 사지 않고 그냥 나갑니다. 아내의 뒤를 따라 나가면서 내가 이러려고 따라 왔나 자괴감이 듭니다. 입어 보기만 하고 사지않는 아내의 마음을 도통 이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날, 웬일인지 그날 따라 맘에 드는 옷들이 많았는지 꽤 여러 벌의 옷을 구입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오케이! 앞으로 한 동안은 약발이 가겠는걸” 아니나 다를까, 외출이 있었던 몇 주전 주말 아침, 새로 산 옷을 요리조리 살피며 고민하는 아내의 입에는 푸념 대신 행복한 콧노래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유혹의 기술’이라는 책을 쓴 미국 작가 로버트는 그의 책에서 여성들의 대화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인 암시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암시를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우연을 가장해 평범한 말로 상대에게 힌트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아내가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다가 감탄을 쏟아냅니다. “어머! 저 옷 너무 예쁘다. 요즘 유행이던데.” 아내가 던진 암시의 한 조각이 아무 생각이 없던 남편의 무의식의 호수에 퐁당 빠지면서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때 감각이 둔한 남편은 얼결에 “응, 그러네”라고 영혼 없는 대답을 하고는 지나가는 것입니다. 아내의 암시를 알아 차리지 못한 것입니다. 눈치 빠른 남편이라면 아내가 던진 암시의 파장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예쁘다”와 “유행이던데”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 속에 그 옷을 갖고 싶어하는 아내의 마음이 암시되어 있음을 가늠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사고 싶은 것은 사고 싶다고 그냥 말해 주면 좋을 텐데 왜 여성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성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혹시 ‘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여 난처해 질 수도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상대의 마음속에 살며시 자기의 바램을 심는 암시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혼하여 벌써 20년째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제 아내의 암시를 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기울이시는도다.”(시편 34:15) 다윗은 그가 지은 시편의 노래를 통하여 여호와는 그의 눈으로 우리를 살피시며 그의 귀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르짖음을 듣기 위하여 귀를 우리에게로 기울이십니다. 그런데 이 ‘기울인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 향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운동, 태도, 방향, 혹은 장소를 나타내는 다양한 문맥들에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성경에 다양한 용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단어의 의미가 단순히 ‘~으로 향한’ 물리적 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움직임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르짖음에 기울이신다’는 것은 귀만 기울이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여 주신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은 귀라고 하는 신체기관을 통하여 소리의 울림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 그 말의 의미를 듣는 것은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여호와는 우리의 기도를 그저 귀로만 들으시는 분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으시는 분이심을 다윗은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내들의 암시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것은 귀로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호와께서 우리의 기도를 귀로만 듣지 않고 마음으로 들어주시는 것 처럼 오늘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