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디에서 잃었나?

111

이종형 은퇴목사

초창기 이민교회 목사는 지금과는 달리 몰려오는 이민의 당장 필요를 채워주는 일이 많았다. 공항 픽업, 아파트 계약, 자녀 학교 입학, 직장 알선, 운전 교육 등등 분주하게 일을 하여도 손이 모자랐다. 소위 복덕방 목회를 잘 하면 사람들이 모였다. 설교를 준비할 틈도 없이 주일을 만나면 타임 잡지를 들고 지난 주간 일어난 일을 말하기도 한다. 많아지는 교인을 돌보기 위하여 청빙한 부목사는 성경 말씀과 기도로 교인들을 훈련하며 그들의 영적 필요를 채워준다. 얼마 후 부목사가 떠나는데 반 이상 교인들이 그를 따라 나간다. 담임목사는 허탈감에 빠져 회의를 느끼며 목회를 접을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국의 기도원을 찾아간다. 목회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잃고 있나? 본질적인 질문을 한다.

선지자 엘리사의 제자들이 많아지자 그들의 제안을 따라 지역을 옮겨 집을 크게 짓고 확장하기로 하고 제자들이 직접 나무를 자르고 집을 짓는다. 모두 열심히 일을 하는 중 한 제자가 강가에서 도끼로 나무를 자르다가 도끼날이 빠져 강에 떨어진다. 그것은 빌려온 것이다. 기쁨과 감격으로 열심히 일을 하면서 도끼날이 빠지는 것도 모르다가 소리는 나는데 나무가 잘라지지 않기에 보니 날이 없다. 도끼는 날이 핵심이지만 일에 얽매여 그것을 점검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울먹이며 스승 엘리사에게 그것은 빌려온 것이라 한다. 내 것이 아니다. 목회나 삶의 본질은 것이 아니라 주어지고 맡겨진 것이다. 주인이 따로 있어 언젠가 요구하는 것이다.

목회만 아니라 어느 직업이나 삶에나 이런 일이 있다. 최선을 다하여 돈을 벌고 맡겨진 일을 하는데 무엇인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 좋은 지역에 좋은 집을 마련하고 제일 좋은 자동차를 굴리며 미국의 꿈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이것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걱정이 생기며 잠을 자지 못한다. 인정 받으며 만족스럽게 일을 하다가 은퇴를 하면서 모든 것을 뒤에 두고 떠난다. 일과 동료 모두를 빼앗기고 잃어버린 것 같아 속이 텅 비는 것을 느끼며 외로움을 가진다. 무엇을 위한 일이며 삶인가를 묻는다.

엘리사의 제자가 도끼날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별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잃어버린 그 때에 스승을 찾고 도움을 구한다. 어디에서 잃었는지 알게 되자 엘리사는 한 나뭇가지를 그곳에 던지니 도끼가 떠 오르고 생도는 그것을 잡는다. 새로운 삶과 사역이 시작된다. 본질을 잃어버린 곳에 던져진 나뭇가지가 무엇인지 말이 없지만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다. 예수께서 오신 것은 잃어진 자를 찾아 구원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의 형상을 입고 영생을 누리며 살게 되어 있으나 자기가 주인이 되어 하나님을 떠나며 모든 것을 잃었다. 예수께서 우리를 찾아 오시어 우리의 교만과 시기, 소외와 갈등, 무지와 억압, 질병과 죽음 등을 현장 체험하며 섬기는 삶을 사시다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 생명의 길을 여셨다. 이 십자가가 우뚝 높이 서 있다. 누구든지 자기의 잃어진 모습을 알고 그 나무 아래 서기만 하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삶, 하나님을 닮은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정정: 지난 토요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첫 문장 2001년 9월11일이 12일로 오타 되었기에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