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한(餘恨)이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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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목사

 

TED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로 정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강연회를 개최한다)에 출연한 한 여성 강연자가 다음과 같은 의미 심장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언젠가 나도 죽을 텐데.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어떤 걸까?’ 그녀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난 이후에 죽음을 앞두고 살아가는 인생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눠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자기가 사는 동네 담벼락에 아래와 같이 적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나는 (     )를 해보고 싶다.”(Before I die, I want ……) 그러고는 누구나 빼서 쓸 수 있는 분필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빈칸을 채웠습니다. 물론 장난처럼 가볍게 써놓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죽기 전에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 “죽기 전에 나는 은행에서 돈을 왕창 빌려서 쓰고 안 갚겠다.” 그런데 그 중에 진중한 답변들도 있었습니다. “죽기 전에 나는 그녀를 한 번 더 붙잡고 싶다.” “죽기 전에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러분들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입니까? 해보지 못하고 남겨진 소원이나 바램을 여한(餘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한이 없는 삶이라고 하는 말은 해 보고 싶은 것 다해 보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어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다 만나본, 말 그대로 여한이 없는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올 해는 꼭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하지 못했던 일들이 아직도 많은데 벌써 끝입니다. 우리에게 이와 같은 연말이라는 시간이 몇 번이나 남겨져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터 다시 한번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미련과 아쉬움만이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여한이 없는 인생’ 그런 인생을 마지막으로 살수 있다면… 지난 일 년을 돌아 보며 ‘나는 여한이 없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2017년의 마지막 남은 시간이 그리 아쉽지 만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예루살렘에 시므온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은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 성령이 그 위에 계시더라 … 성령의 감동으로 성전에 들어가매 마침 부모가 율법의 관례대로 행하고자 하여 그 아기 예수를 데리고 오는지라 시므온이 아기를 안고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눅 2:25-30)

오늘 소개해 드리는 누가복음 말씀에는 인생의 여한이 없이 그의 마지막을 맞이한 한 사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시므온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시므온 이라는 이름은 유대 사회에서는 매우 보편적이고 흔한 이름이라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성소에서 봉사하는 제사장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평생 메시야를 기다리며 살아 왔습니다. 그는 내가 죽기 전에 꼭 메시야를 볼 것이라는 마지막 여한을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부가 어린 아기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율법의 관례대로 제사장이 안아서 하나님께 드리는 의식을 진행하려는데 그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성령께서 그의 눈을 밝게 하사 그 아이가 그가 평생을 두고 기다려온 이스라엘의 위로가 될 아이, 곧 메시야인 것을 알게 됩니다. 시므온, 그가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오~ 하나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약속의 아이, 메시야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여한이 없습니다. 이제는 약속하신대로 이 늙은 종을 평안히 놓아 주소서.” 시므온, 그는 여한이 없이 그의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아직 갓난아기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메시야로서의 공생애를 시작도 하지 않은 어린 아기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기 예수만을 보고서도 그토록 즐겁고 평안한 심정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면 구원의 실제적 내용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완성된 이 복음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은 얼마나 더 큰 기쁨과 확신을 나타내어야 하겠습니까! 시므온은 아기 예수만을 보고도 여한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는 십자가를 보았고, 경험했고, 그 은혜를 누렸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십자가의 구원을 경험한 우리들의 인생이야말로 진정한 여한이 없는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