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만 + 추정 + 완고함 = 불순종

177

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사무엘 15장 말씀은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통해 사울에게 주신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아말렉 사람 전부와 그들에 속한 모든 육축까지 철저하게 진멸하라시는 명령입니다.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께 드릴 예물이라는 명목으로 살지고 기름진 가축들을 남겨둡니다. 물론 자기와 백성들의 사욕을 채우려는 목적도 숨어있습니다. 사울은 하나님 말씀에 100% 순종하지 않은 겁니다. 사무엘은 사울의 불순종을 꾸짖으면서 그 이유를 ‘완고함’이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이에 해당하는 원어는 몇 개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성경은 번역본마다 그 번역이 다양합니다. 오만함(arrogance), 완고함(stubbornness), 추정함(presumption)이 대표적인 번역입니다. 이 세 단어는 서로 다른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묵상해보면 오늘 사건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먼저 추정한다는 건 자기 식대로 해석한다는 뜻입니다.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을 들은 후 자기 생각을 대입해서 해석하고 맙니다. “보기 좋고 기름진 가축들까지 죽일 필요가 뭐 있어. 살려서 가져가 일부는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고, 일부는 나와 백성들이 나눠가지면 더 좋은 거잖아. 아말렉 사람들이 죄가 있는 거지, 이 가축들이야 무슨 죄가 있어. 하나님께서도 이 정도는 눈 감아 주실거야.” 하나님의 명령을 이런 식으로 추정(presumption)해버린 겁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마음은 오만함(arrogance)으로 가득합니다. 자기 생각이 하나님 생각 보다 더 낫다는 오만함이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신 이유는 사울에게서 스스로를 작게 여기는 겸손함을 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왕이 된 후 하나님을 대하는 사울의 태도가 바뀐 겁니다. 오만함은 또한 쓸데없는 고집을 낳게 됩니다. 내 이 멋진 생각에 누가 감히 도전해 하는 식의 완고함(stubbornness)이 자리잡게 되는 겁니다. 본문의 사울 왕은 사무엘을 만나자마자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을 잘 실행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잘못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겁니다. 사무엘이 “하나님의 명령대로 했다고 하시는데, 내 귀에 들려오는 양과 소의 울음 소리는 어떻게 된 겁니까?” 하고 물었을 때 사울은 아주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주장합니다. “하나님께 드릴 예물로 남겨두었을 뿐인데 문제될 게 뭐 있어요. 백성들 생각도 다 저와 같습니다.” 기가 막힌 사무엘이 하나님의 원래 명령을 다시 리마인드하면서 불순종의 죄를 더 구체적으로 다그쳤지만 사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전 하나님 말씀대로 다 했습니다. 다만 백성들이 하나님께 제물로 드릴 가축을 남겨두었을 뿐입니다.” 일의 책임을 슬그머니 백성들에게 더 넘기고 있지만 자기 생각이 맞다는 주장엔 변함이 없는 겁니다. 이처럼 추정과 오만과 완고함이 촘촘히 얽혀 사울의 불순종을 낳고만 겁니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 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이사야서 55장 8절 9절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전지하고 전능하고 신실한 성품을 지닌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이러한 성품을 알고 믿는 성도들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겸손함은 하나님 말씀이라면 그저 단순하게 100% 순종하는 삶을 낳게 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순종의 삶은 하나님의 복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하나님 말씀엔 자녀들을 향한 당신의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진리 앞에서 추정과 오만과 완고함의 태도는 헛되고 위험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