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왜 “빈 방 있어요”라고 말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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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요셉, 마리아. 빈 방 있어요…우리 집에 빈 방이 있어요. 마구간에 가지 마세요….” 기독교인이라면 학생부 시절 문학의 밤 연극으로 참여 했었거나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관람해봤을 연극 ‘빈 방 있습니까?’의 한 장면입니다. 이 연극의 이야기는 성탄절을 앞두고 연극을 준비하던 어느 교회 고등부 연극반에서 연출을 맡은 교사가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덕구에게 여관주인 역을 맡기면서 시작됩니다. 모든 면에서 소외되던 덕구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체험하게 해주려는 교사의 따뜻한 마음은 여러 갈등적 요소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만 덕구는 눈물겨운 연습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갑니다. 덕구가 연극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던 학생들도 덕구의 순수하고 성실한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됩니다. 마침내 12월 24일 공연 당일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서 연극은 매끄럽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빈 방을 애타게 찾는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를 보자 덕구는 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갈등을 겪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연극은 중단되기에 이릅니다. 극단 증언에서는1981년부터 올해까지 37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지만 매년 마다 만원사례를 이룬다고 하니 현실도 잊고 극중에 몰입되어 아기 예수를 진심으로 걱정했던 덕구의 따뜻한 마음이 세월을 초월하여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하였더라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 이러라” (눅 2:5-7) 만삭의 몸을 한 마리아와 요셉에게 왜 여관 주인은 방을 내어 주지 못했을까요?

첫째로 그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간만에 그 산골 마을에 몰려든 손님으로 머물 방이 없었습니다. 대목이었습니다. 이때 한 몫 잡지 않으면 언제 또 이와 같은 때가 오려나. 그렇게 한참 손님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방을 청소하며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한 초라한 부부가 찾아옵니다. 제발 머물 곳을 좀 마련해 달라는 요셉에게 그는 매정하게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합니다. 여관 주인은 너무 바빴습니다. 혹, 우리도 너무 바빠 우리 마음의 방들이 이 세상의 것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습니까? 아무리 바쁘더라도 우리 주님을 위한 빈 방 하나는 마련해 두시기 바랍니다. 삶의 작은 여유를 두어 삶을 돌아보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주님을 위해 방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그에게는 최소한의 인심도 없었습니다. 그 어두운 밤, 그 추운 시간에 여관 주인은 그 만삭의 여인을 어찌 그냥 돌려 보낼 수 있었을까요? 그 여관 주인에게 일말의 인간적 동정이라고 있었다면 산고의 진통을 하고 있는 여인을 추운 밤거리로 내 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혹, 우리도 어둡고 추운 밤 길로 예수님을 내 몰았던 매정한 여관 주인은 아닐까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조금만 우리 주위를 둘러 봅시다. 그리고 작은 친절을 베풀어 봅시다. 우리는 매일같이 우리를 찾아 오시는 주님을 그냥 돌려 보내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세번째 이유는 무관심이었습니다. 이미 구약성경에서는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었습니다(미 5:2). 그 예언은 베들레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이 너무나 오래 지체되었습니다. 미가 선지자는 기원전 8세기 후반에 활동하던 선지자였습니다. 그러니, 베들레헴에서 왕이 나온다는 약속이 있은 지 700여년의 시간이 흘렀던 것입니다. 약속은 그만 전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 약속을 알고는 있었지만 무관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재림의 때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 2000년이 지나도록 왜 오시지 않는가? 재림의 약속도 이제 재림의 전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관심합니다. 예수님의 초림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초라 하셨지만 그분의 재림은 영광스러울 것입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 때에는 저 하늘에 우리를 위해 마련된 하늘의 방에서 그분과 함께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