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해야할 역사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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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이웃 교회 담임/미육군 군목

 

방학이 되어 먼 곳으로 떠났던 자녀들이 속속 집에 돌아오게 되면 의젖한 성인으로 변한 아이들의 모습에 사뭇 놀라게 됩니다. 한 학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친구들을 사귀었는지, 학교공부는 어떠했는지, … 참으로 함께 나눌 이야기로 가득찬 즐거운 가족상봉이 일어나는 여름 한 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지금까진 자신들의 관심에만 묶여 살아오다가, 철이들며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이민와서 어떻게 살아오게 되었는 지, 자신들을 어떻게 양육하였는 지, 노후대책은 세우고 있는 지,… 등등,전에는 묻지 않던 질문들도 많이 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딸은 어머니에게 이젠 서로 진지하게 인생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친구같이 정다워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의 이야기는 자랑스런 것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고통스러운 지난날의 기억들과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때론 속에 감추었던 이같은 삶의 이야기를 자녀들과 함께 나눔으로 적지 않은 감동을 경험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에 변화를 가져오는 도화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겐 억압된 감정을 풀어 헤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이 같은 삶의 이야기를 나눔으로 인생을 새롭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게되는 안목의 새지평을 얻게 됩니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의 삶의 이야기(his story/ her story)도 버릴 것이 하나없는 그것은 소중한 역사(history)가 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중 요엘서에 보면, 한 민족이 겪은 뼈아픈 역사의 이야기를 자손 대대에 함께 나누라고 말씀합니다: “너희는 이 일을 너희 자녀에게 말하고, 너희 자녀는 자기 자녀에게 말하고, 그 자녀는 후세에 말할 것이니라.” (욜1:3) 자랑될 만한 역사 이야기도 아닌 데, 계속해서 그 민족의 이야기들을 자손의 자손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편에 보면 포로의 신세에서 해방되어 돌아오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감동의 노래가 그 후손들에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 (시126:1,2) 나라를 빼앗김으로 당해야 했던 그 역사의 체험은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해방의 기쁨에 마치 꿈을 꾸듯 믿기지 않았던 그들의 생생한 감격을 노래와 시로 후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주었던 것입니다. 이와같이 조상들이 겪어온 삶의 이야기들이 그들의 역사가 되어, 그 이야기들을 반복하여 후대에 전함으로 이스라엘 민족으로 하여금 공통의 역사와 공통의 신앙고백을 통해 단합과 변화를 이뤄내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개인의 삶의 이야기든, 민족이 함께 경험했던 민족적인 체험의 이야기든, 그 이야기가 전해지고 함께 나눠질 때, 그것은 그 이야기만으로 머물지 않고, 그것은 개인과 민족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세상을 새롭게 보도록 혜안(慧眼)을 열어 주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의 2세, 3세들에게 전해주는 아버지 어머니의 삶의 이야기들은 그 세대에만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의 자녀들에게 지혜가 되어 지고, 삶의 의미와 용기를 찾게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조국의 광복 73주년을 맞이하며, 우리의 역사 이야기들이 더욱 자주 함께 나누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도 주권도 문화도 언어도 처참하게 빼앗겨졌던 민족의 슬픈 이야기들도 계속하여 후손들에게, 그 후손의 후손들에게 계속하여 전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같은 칡흑같은 민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토록 새롭고도 놀라운 이야기로 바뀌어져 왔는 지 전해줘야 합니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의 감격에찬 간증처럼 -“마치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 하나님 이뤄주신 우리 민족을 향한 기적같은 신앙의 이야기들이 계속하여 전해지고 나눠져야 합니다. 역사의식이 흐릿해져 가는 이 시대에 케네디 대통령의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납니다: “적은 용서하되, 그 이름조차 잊어서는 않됩니다”( Forgive your enemies, but never forget their names.) 우리의 삶이 과거에 발목이 묶여 원망으로 살아서는 안되겠지만, 역사의 사실조차 잃어 버리는 잘못을 범하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조국에 광복절을 맞이하여 감사와 기도를 함께 드립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