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님과 함께 작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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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두 손으로 감싼 커피컵의 따스함이 온몸의 긴장을 녹여주었습니다. 60도 정도의 가을 대기 속을 걷고 온 우리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걸을 때는 잘 몰랐는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으니 L 성도님에게서 지난 주와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는 눈과 몸에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었는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목소리에서도 지난 주와는 달리 힘이 느껴졌습니다. 성도님이 입을 열어 궁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이틀 전 저녁 교회 식구 두 분이 집에 찾아 오셨어요.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철야 기도’라는 단어가 제 귀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다음 날 산책로 앞에 섰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나도 철야 기도 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해 봐야지.’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계속 같은 내용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 자신 전부를 하나님께 내어드립니다. 제 몸에 있는 모든 병마들을 다 없애주세요.’ 아픈 부위를 계속 손으로 쓸어내리며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산책을 하거나 집안 일을 하고 나면 어깨 부분이 쪼개지듯 아팠거든요. 그런데 기도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통증이 없는 거예요.”

성도님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기쁨이 가득한 눈물이.

식당에선 최근 완성한 작품에 대한 간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출석한 첫날 목사님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작업에 대한 열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더라구요. 사실 몸이 아프고 난 후 오랫동안 쉬고 있었거든요. 물론 되찾은 열정으로 뭘 그려야 할지는 전혀 아이디어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가족교실이 시작되었지요. 첫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왜 오셨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갑자기 ‘그래 예수님을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꼬박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완성할 수가 없었어요. 뭔가 부족한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는 도통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미완성의 작품을 거실 벽에 걸어두고 매일 한 번 이상 바라보면서 생각했어요.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시간만 흘러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그림을 바라보는데 신비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거실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그림을 채우고 있는데 그 모양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묘했어요. 급히 사진기를 들고 메모리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5분 후 그 신비한 형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목사님께 메시지를 통해 보내드렸던 바로 그 형상입니다.”

사진을 받고 성도님께 보내드렸던 글이 떠올랐습니다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성령님을 보내주신다는 약속을 이루어주셨습니다. 성령님은 불의 혀와 바람의 형상으로 임하셨습니다. 그래서 성령님을 주로 불로 표현합니다. 작품을 통해 예수님을 표현하고 싶은 성도님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예수님께서 알아주셨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불같은 성령님을 그림 위에 부어주신 겁니다. 그렇게 하심으로 이 작품을 통해 예수님께서 살아계심을 증거해주신 겁니다. 작품을 통해 성도님과 깊이 교제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지금 큰 감동을 지닌 채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성도님이 시작하신 작품을 하나님께서 완성해주신 겁니다.

지난 주 성도님이 이 성화를 정성껏 프린트했습니다. 이 의미있는 작품을 교회 식구들과 나누고 싶은 진실된 마음으로 준비하신 겁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신비하게 담은 이 성스런 작품을 보면서 주님과의 교제가 더 깊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