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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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성령님과 함께  빌립보에 교회를 세운 바울과 일행은 마게도니아의 행정 수도인 데살로니가로 향했습니다. 바울과 일행은 그 도시 회당에서 3번의 안식일 동안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시기심으로 가득해진 유대인들은 깡패들을 동원해 바울을 잡으려 합니다. 실패하자 그들은 바울에게 숙박을 제공한 야손과 그 형제들을 대신 잡아 읍장들 앞으로 끌고 가서 고발했습니다.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자들이 이 도시에도 왔습니다.” 그들의 고소 내용이 맞습니다. 바울이 복음을 들고 가는 곳마다에서 아름다운 소동이 일어난 겁니다.

윌리엄 윌리몬 목사는 스텐리 하우어워스 교수와 공저한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젊었을 때 경험한 사건 하나를 소개합니다. 당시 윌리엄 목사는 학교 내 인종 차별 폐지가 뜨거운 이슈였던 60년대, 남부의 한 작은 도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법원에서는 학내 인종 차별을 철폐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도시의 백인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 단체를 조직합니다. 도시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어느 날 백인들이 조직한 시민 단체가 법원의 명령에 어떻게 대항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한 고등학교 강당에 모였습니다. 강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서로 연설자로 나서서 법원의 명령을 비난했고, 이 명령에 강력 저항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인종 차별을 찬성하는 자들의 열기가 강당을 뒤덮고 있는 그때, 그 지역의 한 침례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사가 비통한 표정으로 강당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넘겨주자 목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부끄럽습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오랜 시절 땀 흘려 목회 사역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이 강당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침례를 베풀고, 설교하고, 상담을 했습니다. 저는 제가 해온 복음 설교가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제 생각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저는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 교인들에게는 말해야겠습니다. 여러분 때문에 제 마음이 찢어집니다. 여러분이 부끄럽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기대했던 것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 목사는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강당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의 교인들이 하나 둘 일어나 그 강당을 빠져나가고 말았습니다. 결국 모임의 인원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모임의 열기도 식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썰렁해진 모임은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학내 인종 차별 폐지법은 그 지역 모든 학교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모두가 인종 차별이 있어야 한다고 외치는 그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하나님 말씀을 들고 아픈 마음을 토로한 한 목사의 담대한 믿음이 큰 도전이 됩니다. 하나님께선 진리를 지키고자 용기를 낸 그 한 사람을 통해 그 지역의 흑암을 거두어내셨습니다. 진리의 태풍으로 잘못된 소동의 잔바람을 잠재워버리신 겁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거대한 세상의 탁류에 휩쓸려 크리스찬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체 무력하게 살아가는 성도들이 참 많습니다. 최근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 사태를 보면서, 특히 교회의 문들이 곳곳에서 닫히는 상황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그렇게 살아가는 교회와 성도들을 흔들어 깨우고 계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 시카고의 믿음의 성도들은 환경과 조건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두려워 하는 백성들이 되시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성령 충만하여,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의 말씀을 실천하고 또한 삶과 입술로 복음을 선포함으로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자들이 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