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나님 손바닥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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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사울 왕은 불행한 인물입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닮지 말아야 할 인물을 꼽을 때 순위 안에 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택하셨으니 출발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장점인 자기 스스로를 낮추는 성품, 즉 겸손을 점차 잊고, 하나님 중심이 아닌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하고 그 결과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하는 삶으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선 사무엘을 메신저 삼아 사울을 회개의 자리로 여러 차례 이끄셨지만 이미 완고해진 그의 영혼은 깨닫지 못합니다. 결국 하나님께선 사울을 버리십니다. 그러자 악한 영이 사울의 영혼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막고 왜곡하는 것이 목적인 사탄으로선 아주 잘된 겁니다. 왕을 흔들어댐으로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활한 사탄은 사울을 도구로 삼아 하나님의 계획을 방해할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냅니다. 사울을 이용해 다윗을 죽이는 겁니다. 사울을 시기심의 노예로 삼아 다윗을 죽이면, 다윗을 왕으로 세우려던 하나님의 계획은 깨지고, 사울을 도와 다윗을 죽인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죄인이 되고 마는 겁니다. 성공만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가막힌 계획입니다.

처음엔 사탄이 성공할 것처럼 보입니다. 다윗은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을 피해 광야로 쫓겨나 도망 다닙니다. 사울이 다윗을 잡는 건 시간 문제처럼 보입니다. 또한 이 일로 인해 사울 편에 선 자들과 다윗을 따르는 자들로 이스라엘은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사울이 다윗을 죽이기 위해 국력을 남용하는 바람에 나라의 형편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사탄이 신나서 박장대소할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사탄이 박수치는 동안 하나님께선 가만히 계셨을까요? 택하신 백성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모든 환경과 조건들을 재료 삼아 당신의 뜻을 반드시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그러실리가 없죠. 하나님께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고난 가득한 광야의 날들을 통해 다윗을 하나님 마음에 합한 왕으로 다듬어가고 계셨습니다.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좋은 왕을 원하는 갈증으로 채워가고 계셨습니다. 시기심에 눈 멀어 자기 사위이자 능력있는 군대 장관인 다윗을 죽이려 하는 사울의 우매함과 잔혹함, 그리고 다윗을 잡는데 미쳐 국력을 엉뚱한 데 쏟아붓고 정작 자기 백성들의 안전엔 무심한 사울의 무능함을 지켜보는 백성들의 마음은 답답했을 겁니다. 비록 두려움 때문에 겉으로 드러낼 순 없지만, 마음으로는 사울을 버린 백성들이 점점 늘어났을 겁니다. 하나님께선 이처럼 더 큰 그림을 스케치하고 그 위에 색을 칠해 완성해가고 계셨던 겁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사무엘을 통해 다윗을 새왕으로 택하신 후 20여년이 지났을 때 마침내 완벽하게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께선 사탄이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사울 왕을 오히려 당신의 도구로 삼아 주님의 뜻을 이루신 겁니다. 예수님 때는 더 큰 반전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 처형의 자리에 몰아넣고 자축하던 사탄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 은혜의 선물, 구원이 임하자 아연실색하던 사건이. 아무리 교활한 사탄도 결국 하나님 손바닥 안에 있는 겁니다.

이 분명하고 신나는 진리를 믿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때문에 당당하고 담대하게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