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행인의 외투(덮개) 벗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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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바람이 태양과 내기를 한 이솝 이야기가 있다. 바람이 태양 앞에서 자기 힘이 강하다고 자랑하며 길을 가는 행인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를 하자고 한다. 먼저 바람이 실력을 나타내며 세차게 불고 또 불자 행인은 외투를 더욱 단단히 동인다. 다음으로 태양이 웃으며 조용히 비치고 행인을 포옹하자 그는 덮개를 점점 열더니 결국 벗는다. 바람이 태양에게 비결을 묻자 태양은 그것은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품어줄 때 되는 것이라 한다.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지난 겨울 우리 지역은 눈이 한꺼번에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자주 자주 내려 적설량은 2-3자가 되도록 쌓이고 춥고 추웠다. 제설 차량이 힘차게 차도의 눈을 치우며 집 앞으로 몰아부친다. 나는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치우기가 바쁘다. 힘이 약한 기계로 치우기가 어렵지만 삽으로 밀어내려면 온 힘을 다 쏟아야 한다.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얼어 붙어 단단하기에 그 위를 걸을 수도 있다. 여기 봄의 기운이 온다. 햇빛이 웃으며 자기를 쏟아주니 기온이 올라간다. 꽁꽁 얼은 땅을 덮고 있던 눈이 맥없이 손을 놓고 풀이 꺾이어 덮개를 열기 시작한다. 하루가 다르게 덮인 눈이  녹으며 걷힌다. 나무를 덮고 있던 덮개가 열리고 이른 싹과 꽃이 피어나온다. 차가운 바람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오는 따뜻한 햇빛을 가슴에 받아드리면서 된다. 문을 닫고 집안에 갇혀 있다가 공원으로 나가니 마음이 열리고 얼어붙은 세상과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을 본다.

사람은 덮개 위에 덮개를 첩첩이 가지고 있다. 시련과 고난, 비평과 소외의 바람에 자기를 가리는 것이다. 속의 약함과 허물을 감추고 싶다. 바람은 세차게 그것을 들추어 내려고 하지만 사람은 더욱 두꺼운 덮개로 그것을 숨기고자 한다.

겨울보다 더 차가운 인간 세상, 정치 세상이나 주께서 우리를 찾아와 속삭인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너의 약함을 인정하기만 하면 그것을 없는 것처럼 지운단다. 내가 너의 모든 실수와 잘못을 대신하여 욕을 먹고 비방을 받다가 죽음으로 네가 치를 댓가를 지불하였단다. 너는 더 이상 빚진 자처럼 쫓길 것이 없고 숨길 것도 없단다” 하신다. 마음이 열리고 주님의 그 사랑과 용서를 받아드리며 그를 믿게 된다. 내게 자유가 찾아온다. 나의 죄를 대신 담당한 예수님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죄에 눌리거나 덮개로 가리울 필요가 없어진다. 덮개를 벗으니 나의 본래 모습이 나타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된 그의 자녀가 되어 그것을 나누고 싶어진다.

나의 참 자아를 가리는 덮개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내 노력이나 돈, 학문, 기술을 내세우니 더욱 차별과 계층의 자랑과 아픔을 느끼며 자기 정당화와 이론적 변명의 두꺼운 덮개로 더욱 자기를 방어하다가 결국 자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봄철(Lent 사순절)의 품어주는 온기에 얼어붙은 땅이 녹아 제모습이 나오듯이 예수님의 자기를 부어주시는 봄철 햇빛으로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의 사랑과 은혜가 나를 열고 녹여주며 덮개를 걷어내니 나타나는 내 모습이 귀하기만 하다. 바쁜 행인으로 살아가는데 두꺼운 덮개가 더 이상 필요없다면 이 얼마나 편하고 자유로운 삶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