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휘장이 찢겨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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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

선한이웃 교회 담임(시카고)

미육군 군목

 

베트남 전쟁에서 8년간 전쟁포로가 되어 혹독한 고문을 이기고 조국에 돌아온 해군 제독Jim Stockdale은 말하길, 전쟁포로들(POW)에게 굶주림과 고문보다도 더 위험한 적(敵)은 “낙관주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근거없는 낙관주의(Unrealistic Optimism)는 거듭되어지는 포로생활의 긴 고통의 시간, 곧 “엄청난 고난의 실재”(Brutal Reality)를 견딜 믿음을 오히려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미군에서는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파일럿들에게 특별한 훈련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데, SERE (Survival, Evasion, Resistance and Escape) Train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의 특성상 적군에 포로가 되기 쉽고, 그같은 전쟁포로 상태에서 어떻게하면 생존할 수 있고, 군사 기밀을 지키며, 그리고 어떻게 탈출할 지 그 능력을 배양하는 군사훈련입니다. 훈련중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굶주리고, 손목이 부러지고,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겪는 고문의 과정을 거치게 한다고 합니다. 훈련을 통해 전장의 엄연한 고통스런 실재(Brutal Reality)를 경험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 입니다. ‘십자가 없는 영광,’ ‘희생없는 열매,’ ‘오래참음이 없는 변화,’… 이 모든 것들은 기독교의 진리와는 거리가 먼 가르침들입니다. 이같이 타락한 신앙은 “고통스런 현실”을 견디며, 인내할 만한 믿음을 가지도록 하기보다는 값싼 낙관주의에 빠트려 고통의 긴 터널을 견뎌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도록 우리의 신앙의 눈을 멀게합니다. 저는 가끔 음향과 조명이 잘 가춰진 안락한 교회의 예배실에서 젊은이들이 은혜로운 찬양에 쉼취해 손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을 보며, 불현듯 한편으론 불안한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 현실의 삶이란 나를 향해 비춰줄 조명도, 멋진 배경음악도, 푹신한 의자도 갖춰지지 않은 엄연한 고통이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말씀중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장면을 묘사한 복음서의 기록은 너무 끔찍하여 읽기조차 힘들 정도로 철저히 “고통스런 삶의 실재”를 경험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조명해 주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히던 날, 예수님은 새벽부터 병사들과 행인들에게 무참히 폭력과 침뱉음을 당하고, 흉악한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십니다. 그의 옷은 벗겨졌고, 목마름과 고통은 극에 달하여 하늘을 향해 울부짖습니다. 정오의 태양조차 어둠으로 변하고, 오후 세시에 이르러 그가 마침내 운명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운명하심과 더불어 일어난 일들에 대한 복음서의 기록중 특별히 주목할 기록이 있다면, 태양이 빛을 가려 밤같이 어두워진 사건도, 바위가 터지고 많은 무덤문이 열려 누워있던 시체들이 일어난 것도 아니라,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뒤었다”는 기록입니다. 성경의 히브리서에서는 찢겨진 성소의 휘장을 가리켜 예수님의 찢겨진 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히10:19,20)  성소의 휘장은 유대인들에겐 가장 거룩한 곳을 구별한 지성소와 성소의 경계선이고, 하나님의 임재안에 들어서는 관문이며,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몸을 찢으심같이 성서의 휘장을 찢어 유대교안에 갇혀있는 하나님의 참 사랑을 세상속에 드러내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앞으로 나아가는 새롭고도 참 삶이 되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성과 속으로 편가르는 유대교의 교만과 위선의 두꺼운 휘장을 찢고, 죄인의 친구로 오신 하나님 아들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모든 이들을 왕의 잔치로 초청하는 인비테이션을 우리에게 내어 보이신 것입니다. 이같은 은혜의 문이 열리기까지 예수님은 “고통스런 엄청난 삶의 실재”(Brutal Reality)를 참아 내셔야 했습니다. 휘장이 찢겨지기까지 그는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처럼, 털깍는 자앞에 선 양처럼 묵묵히 입도 열지않고, 곤욕과 심문과 조롱과 침뱉음과 채찍 그리고 못박힘을 참아내셨습니다. 그의 맘속엔 “휘장이 찢겨지기까지” 오랜 참음뒤에 찾아올 승리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값싼 감정주의나 터무니 없는 낙관주의에 눈이 멀어서는 아니되겠습니다. ‘십자가’와 ‘희생’, ‘오랜 인내’라는 기독교 신앙의 가치가 교회안에 다시금 불같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