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드림’은 옛말

106
폭염에 이은 산불 대란으로 인해 남가주의 대기오염이 최악인 상황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대기정화국(AQMD)은 남가주 상공의 대기질이 ‘매우 해로운’ 상황이 15일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밥캣 산불’로 인한 연기와 재가 LA 카운티 북부 샌타클라리타와 앤틸롭 밸리 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LA 한인타운에서 바라본 다운타운 상공에 산불 연기로 인한 연무와 스모그가 뿌옇게 보인다.[박상혁 기자]

산불에 고물가로 갈수록 생활 팍팍
2018년 유입보다 유출 19만 많아

“캘리포니아 드림이 위기를 맞고 있다”

쾌적한 날씨와 좋은 주거 여건으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 드림이 코로나19 확산 사태에다 최악의 산불 대란까지 겹치며 흔들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WP는 이날 캘리포니아의 실상을 다룬 특집 기사에서 “캘리포니아주가 화재와 전염병 위협에다 생활비까지 비싼 곳이 됐다”며 캘리포니아 드림이 점점 실현하기 어려운 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WP는 “캘리포니아 드림은 4,000만 명의 주민들에게 갈수록 정당화하기 어려운 일종의 타협의 용어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캘리포니아주는 유입 인구보다 다른 주로 이주하는 인구가 더 많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타주로 이주하는 인구가 유입 인구보다 많아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방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캘리포니아를 떠난 인구수가 유입자수보다 19만 명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를 등지기 시작하는 원인으로 WP는 기후 변화와 산불 등의 자연재해, 코로나19 확산, 과도한 세금 등 경제 문제, 진보로 치우친 정치 지형을 꼽았다.

WP는 우선 산불 사태와 관련해 “연기 속에 금문교가 어렴풋하게 보이고, 샌프란시스코 시내 빌딩은 종말 영화의 거대한 우주선과도 같다”며 “캘리포니아에 이런 적은 없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4개의 대형 화재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주택 3,000여 채가 불탔고, 최소 22명이 숨졌다. LA에서는 최근 폭염에 산불이 겹치면서 26년 만에 최악의 스모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캘리포니아 누적 확진자는 76만여 명으로 미국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1만4,000명을 넘었다. 경제 문제와 정치적 견해 차이도 캘리포니아 드림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UC 버클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높은 주거비와 과도한 세금, 정치 문화 때문에 다른 주로 이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WP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집값 문제를 잡기 위해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도시 중심의 리버럴한 캘리포니아 정치 문화가 보수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캘리포니아에서 밀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나파밸리에서 18년간 살다가 아이다호로 이주한 게리 쿡 부부는 “보수주의자로서 캘리포니아에서는 정치적 발언권이 없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떠나기’라는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스콧 풀러는 고객들이 네바다, 애리조나, 텍사스, 아이다호로 이주하고 있다면서 “캘리포니아가 광채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이은영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