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 대도시 공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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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LA 다운타운 상공이 스모그 없이 맑은 가운데 10번과 110번 프리웨이가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외출자제령으로 한산한 모습이다.[AP]

차량 줄어 프리웨이 쌩쌩
유럽·중국도 대기질 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지만 그동안 건강을 크게 위협한 대기오염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는 LA 등 대도시와 산업도시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NYT)가 데이터분석업체에 의뢰해 위성 사진을 비교해본 결과 LA를 비롯해 시애틀,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미국내 대도시권에서 자동차와 트럭이 배출하는 이산화질소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보도했다.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LA를 비롯해 뉴욕과 시카고, 시애틀, 애틀랜타 등 대도시권에서 교통량이 일제히 줄면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NYT는 코로나19에 따른 외출자제령으로 LA의 사업체들과 학교가 문을 닫고, 운전자들도 도로로 나오지 않으면서 LA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 체증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전했다.

교통정보 분석업체 인릭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8시 기준 LA 110번 고속도로의 차량 운행 속도는 지난 1∼2월 같은 요일의 평균 속도보다 53% 빨라졌고, 퇴근 차량으로 꽉 막히는 오후 5시의 차량 속도도 71% 개선됐다.

샌프란시스코 일대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6일 자택 대피령 발동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교량의 교통량은 그전과 비교해 40% 줄었다고 캘리포니아 교통국은 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최초로 보고된 시애틀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대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이달 초부터 교통량이 확 줄었다. 인릭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출근 시간대 시애틀 시내로 진입하는 교통량은 이전과 비교해 40% 감소했다.

뉴욕시도 사무실과 학교가 문을 닫고, 식당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지난 18일 출퇴근 시간 차량 운행 속도는 평소와 비교해 36% 빨라졌다고 인릭스는 전했다. 뉴욕시의 대기 질 분석을 진행해온 컬럼비아대학 연구진들은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평소보다 50% 감소했다고 전했다.

유럽과 중국 공기도 맑아졌다. 유럽우주기구(ESA)의 센티널-5p 위성의 측정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산업단지의 이상화질소 농도가 최근 6주간 격감, 작년 같은 시기에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산화질소는 발전소와 공장, 배기가스에서 유래하는 대기오염 물질로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킨다. 특히 ‘유럽의 우한’이라 불릴 정도로 타격이 큰 북부 이탈리아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무려 40%나 격감하는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인과관계가 직접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대도시·산업지역 대기질 개선 배경은 광범위한 외출자제령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NYT는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교통량 감소와 대기 질 개선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부수효과에 지나지 않으며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 등 부정적인 효과를 차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전지구적 ‘저탄소 경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시각을 소개했다. 레스터대학의 몰 몽크스 교수(대기오염학)는 “인류가 미래에 저탄소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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