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카운티법원, 경찰 동료감싸기 ‘침묵코드’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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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를 받은 조셉 월시, 데이비드 마치, 토머스 개프니.(왼쪽부터)

흑인소년 사살사건 조작혐의 경찰관 3명에 무죄 판결

시카고시의 총체적 부패의 상징인 ‘흑인 소년 16발 총격 사살 사건’을 조작·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중견 경찰관 3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쿡카운티 형사법원은 17일, 흑인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 총격 사살 사건과 관련, 음모·사법 정의 방해·불법 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시카고 경찰관 조셉 월시, 데이비드 마치와 현재 무급 휴직 상태인 토머스 개프니 경관의 각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을 맡은 도메니카 스티븐슨 판사는 “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결 배경을 밝혔다.

세 경찰관은 2014년 시카고시 남부 트럭터미널에서 동료 제이슨 반 다이크가 맥도널드를 16차례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입을 맞춰 사건 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카고 경찰내에 동료의 잘못에 대해 함구하는 ‘침묵 코드'(Code of Silence)가 존재하며 시 당국은 이를 묵인해왔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검찰은 세 경찰관의 보고 및 증언 내용이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순찰차 대시캠 동영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티븐슨 판사는 “대시캠의 위치나 각도가 현장 경찰관들이 각자 위치에서 보거나 느낀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맥도널드가 ‘칼을 버리라’는 경찰 명령에 따르지 않고 계속 움직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스티븐슨 판사의 말에 법정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판사가 자리를 뜬 후 세 피고인은 밝아진 표정으로 변호인단과 악수하고 포옹을 나눴다. 세 명은 검찰에 기소된 후 각각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 재판에 임했다. 이들은 “사건 현장에서 들은 대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증언했다”며 “주어진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과 관련 로리 라이트풋 전 시카고 경찰위원회 의장은 “경찰 문화 개선과 책임 강화 필요성에 역행하는 끔찍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경찰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그 시스템에 속한 개인의 책임감과 투명성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반 다이크 개인에 대한 판결 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그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을 했다. 그날 밤 일어난 일들을 거짓으로 꾸며 감추려 했다”고 강조했다. 게리 맥카시 전 시카고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고 개탄했다. 흑인사회 지도자들도 연이어 반발 성명을 내고 있다.

반 다이크는 주차장에서 소형 칼을 이용해 절도를 시도하다 경찰을 보고 걸어 달아나는 맥도널드에게 무려 16발의 총을 쐈다. 이 사건은 당시 재선을 앞두고 있던 람 임마뉴엘 시장 측이 피해자 부모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토록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시민 소송으로 1년여 만에 현장 동영상이 공개되며 새 국면을 맞았다. 시카고 경찰의 과잉 대응, 인종차별, 사건 은폐·축소 관행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고, 연방 법무부는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시카고에 공권력 남용 및 시민권 침해가 만연해 있음”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건 당사자인 반 다이크 전 경관은 작년 10월 2급 살인 혐의 유죄 평결을 받고, 형량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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