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인사회를 돕고 싶습니다”

427

2013년 창립된 ‘시카고한인경찰그룹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우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한인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 바로 2013년에 설립된 ‘시카고한인경찰그룹’(Korean American Law Enforcement Group/이하 KALEG)이다. 시카고시를 비롯한 서버브지역의 각 경찰에서 복무중인 경찰관, 쉐리프(보안관)와 검사 등이 멤버다. 현재 시카고 일원에서 경관으로 일하는 한인수는 60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들중 상당수가 KALEG에 가입해 친목과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한편으로, 한인동포사회에도 나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이 한인 1.5세 또는 2세인 관계로 한인 1세대가 중심인 시카고 한인사회와는 자칫 소원할 수 있는데도 이들은 꾸준히 범죄예방 세미나를 열고 있고 다양한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에 회장 등 일부 멤버들로부터 KALEG의 활동, 경찰관이라는 직업, 애로사항, 바람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JD 김 회장(은퇴 경관)

믿고 따라주는 모든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뿐이다. 시카고일원 한인 경찰관, 보안관, 검사들의 친목도모, 협력 및 결속력을 갖추고 좀 더 커뮤니티 사회에 봉사를 기여하고자하는 취지로 KALEG를 창립했다. 우리가 모인데는 여러 인연들이 있었다. 교도소에서 근무 중이던 당시 나의 백업을 해준 친구가 배재만 쉐리프였다. 한 죄수때문에 윌링 경찰서에 갈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필 김 경관을 만났고, 시카고에서는 케네스 방 경사 등을 만나면서 한인 경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친목도모와 함께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자고 의견이 모아져 KALEG를 만들게 됐다. 아직까지는 계속 리더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젊은 친구들이 더욱 동참해 그룹을 이끌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다른 한인 단체들과는 달리 KALEG은 잘 알려진 단체는 아니다. 하지만 경관과 검사로서 한인사회와 미 사법부 시스템간의 소통의 차이(gap)를 줄이거나 메우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인들을 위한 범죄예방교육 등과 같은 세미나를 매년 열고  있다.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동포사회에 전달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한 한인들이 현직 경관이나 검사들과 교류를 하고 평상시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문의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만약 특정 주제로 한 세미나를 요청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다면 관련 부서의 KALEG 멤버들과 상의해 진행할 수도 있다.

나는 비교적 한국어와 영어,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에 익숙한 편이라 1세대 중심의 한인사회와 젊은 경관, 검사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편이다. KALEG가 그동안 다른 단체들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한인 단체들과의 교류에도 오픈돼있으니 언제든 주저말고 연락해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한인경찰들이 KALEG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한인 경관들이 상당히 많다. 핵심 멤버들이 ‘한마음’이라면 KALEG의 활동은 특별하고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ALEG 멤버들은 쉬는 날, 가족들과 친구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쪼개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중한 경찰 형제, 자매들이다. 나를 믿고 뜻을 함께해준 모든 멤버들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헤더 패럴 경관(엘진 경찰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쓰임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매일 제공받는 경찰관이라서 늘 기쁘게 일한다. 엘진경찰서에 근무한지는 12년 됐다. 기업체 사무직원으로 오래 근무해오다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직업이 아닌 나와 가족과 사회를 위해 더 나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경찰’에 도전했다. 엘진시에는 15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스페인어를 쓰는 인구가 꽤 많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알기에 폭넓게 쓰임받고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 순찰과 커뮤니티 치안을 위해 일하다 현재는 엘진시내 우범지역에 입주해 살면서 주민들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범죄예방을 위해 일하는 레지던트 경관(resident officer)이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내게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매일 매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경찰직은 천직과 같다. 현재 우리 부서는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범죄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어릴 적 입양됐기에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다른 한인경관들보다 한인사회를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하려고 노력한다. 쉬는 날엔 한국문화를 배우기위해 엘진에서 윌링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2014년 한인축제에서 봉사하던 KALEG 멤버들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인연이 사작됐다. 서로 서포트하고 개인의 목표를 공유하는 제2의 가족같은 KALEG의 멤버로서 강한 소속감을 갖고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데이빗 신(쿡카운티 검사)

영 김 판사를 보고 나도 커뮤니티를 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쿡카운티 검사로 살인, 성폭력, 방화, 가정폭력, 아동 및 노인학대, 마약범죄, 예비심리, 중·경범죄 리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어 왔다. 현재 쿡카운티 검찰청의 유일한 한인 검사로서 중범죄디비전 소속으로 브릿지뷰 5지구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 진학 전 군대에 입대해 중동지역에서 복무한 적이 있다. 법대 재학중에는 영 김 판사의 영향을 받아 커뮤니티의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검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피의자를 체계적으로 심문해 피해자의 정의를 위해 철두철미하게 케이스를 다룬다. 여러 상황들은 매우 비극적이고 가슴이 아프지만 검사로서 내 임무는 법을 준수하며 피해자들을 위해 일하는 동시에 범죄자의 권리도 유지되도록 해야한다. 2015년부터 KALEG 멤버로 함께 하게되어 감사하다. KALEG를 통해 여러 부서에서 헌신하고 있는 많은 한이 경찰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모임은 늘 나에게 다양한 도전과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 스스로를 점검하고 더 나은 자질을 갖춘 검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소중한 단체다. 한인 1세대들은 분단과 투쟁의 민족적 역사를 가진 만큼 시카고에서도 강인하고 활발하고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커뮤니티의 일원이라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인사회도 여전히 알코올 중독, 가정폭력 등 여러 문제에 직면돼 있다. 함께 문제해결에 관심을 갖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조력자(advocate)가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19년은 모두에게 가장 멋진 해가 되길 기원한다.

■배재만(쿡카운티 쉐리프)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 15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평소 남을 돕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던 성격이라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해 견딜 수 없는 정의감을 품고 쿡카운티 쉐리프가 됐고 18년째 근무하고 있다. 카운티 쉐리프가 되기위해서는 시험과 자격요건 통과한 후 카운티 교도소나 법원에서 반드시 근무를 해야 쉐리프로 승진할 수 있다. 대중을 보호하고 섬기기 위해 일한다는 말은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결백한 희생자들이 생겨나는 것을 원치 않는 마음이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다. 또한 업무 특성상 상자와 같은 공간 안에서 가만히 앉아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즐거움의 하나다. 쿡카운티 쉐리프로 근무하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한 부끄러운 시간들이 수 없이 많다보니 특정한 경험을 설명하긴 어렵다. 경찰관이라는 직업은 미디어를 통해 마녀사냥을 당할 때에도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만 한다. 쿡카운티 2지구에 포함된 노스브룩, 글렌뷰, 나일스, 데스 플레인스 등 서버브에서 발생한 여러 상황에 처한 한인들을 자주 만난다. 도움을 받은 한인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전해듣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백인 앞잡이’, ‘미국놈 개’라는 또는 더 심한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어느 상황이든 당사자가 한인이든 아니든지 경찰은 자신이 해야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타인종들에게 한인들은  정부의 혜택은 받으나 참여는 않는 주류사회와는 다소 분리된 듯한 소수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KALEG의 존재는 주류사회에 public servants로서 한인 경관들도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토마스 프레이탁(시카고시 경찰/형사)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나 1살에 미국에 왔다. 시카고시 경찰에서 19년간 근무하고 있으며 직책은 형사다. 시카고시 남부에서 강도, 절도 같은 재산범죄부서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청소년 관련 부서의 현장대응팀에서 일하고 있다. 여러 사건들에 연루된 청소년들은 희생자가 되거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늘 많다보니 우회(diversion) 프로그램을 실시해 청소년들이 범죄로부터 멀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부서다. 경찰관은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희생이 따른다. 근무 환경상 가족과의 시간을 놓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인간이기에 경찰들도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마주한 상황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는 등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은 직업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늘 형사가 되어 범죄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순찰과 수사를 하는 지금의 일에 늘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근무할 기회가 없었지만 어느 지역이든지 새로운 환경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비즈니스를 열고 일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 로렌스 한인타운에 가족들이 정착했던 나로서는 마음속에 늘 한인사회는 활기찬 커뮤니티로 자리하고 있다. 내가 만난 한인들은 신중하고 생산적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커뮤니티로 자리잡고 있다. KALEG 뿐 아니라 아시안경찰협회장을 맡아 봉사를 해왔다. KALEG에서의 활동은 나에게 긍정적인 경험들을 안겨 주었고 한인 혈통인 내게 다른 한인 경찰 동료들을 만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함께 봉사할 수 있는 기회들을 주었다. 언어 장벽이나 문화의 다름이 소통의 장애물이 될 순 있겠지만 많은 경찰들이 커뮤니티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KALEG는 언제나 한인사회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동시에 한인사회에서의 서포트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인들 모두 건강하고 새해에는 넘치는 축복받길 기원한다.<홍다은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