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교회에서 주의 종으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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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시 남부 잉글우드지역 흑인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는 그레이스 오 목사가 신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오 목사>

시카고 남부 잉글우드서 사역하는 그레이스 오 목사

 

“흑인 성도들과 예배를 함께 드리다 보면 이들이 습관적인 예배가 아니라 정말 하나님을 위해 마음을 다해 예배를 드린다는 것을 느끼다보니 도리어 성도들의 모습에 제가 더 큰 은혜를 받고 기쁨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시 남부 흑인 밀집지역인 잉글우드에 위치한 ‘Englewood-Rust United Methodist Church’(이하 잉글우드교회)는 온 성도가 흑인이다. 이 교회에 지난해 7월 한인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바로 그레이스 오 목사다. 1976년 시카고로 이민온 이후에도 교회 개척, 선교, 주일학교 교사, 여선교회 회장 등으로 활발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던 그녀는 2014년,  54세라는 나이에 하나님의 말씀에 오로지 순종하는 마음으로 목사 안수를 받았고 현재는 흑인교회에서 주의 종의 길을 걷고 있다.

오 목사는 “1997년 어느 날, 흑인들이 길거리에 목표없이 걸어다니는 환상을 보게 됐는데 20년이 흘러 흑인교회 목사가 됐다. 환상을 보고 흑인들을 섬기길 바라신다는 것에 2004년 남부지역에 비즈니스를 열고 흑인 커뮤니티 사역을 처음 펼치기 시작한지 10년 후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 과정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이라면 모든 것이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막히는 여러 경험들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더욱 깨닫게 됐다. 10년전, 20년전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이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흑인들을 섬기게 하기위해 이 마음을 주셨구나를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잉글우드교회에서 1년 가까이 사역을 펼치고 있는 오 목사는 “15분만 가면 다운타운임에도 불구하고 안 가본 사람이 많았고 캠프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성장한 이들이 다반사였다. 누군가에게는 삶에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교육, 건강, 경제적 시스템이 부실한 가난한 동네에서는 이같은 삶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됐다. 분명한 것은 이것은 흑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감당해야할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받은 것을 정기적으로 나누는 푸드, 클로젯 팬트리 등을 열어 음식이나 옷, 신발,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피아노 스쿨도 3기 수업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또한 시카고지역 한인교회들과 연계해 여름성경학교, 찬양페스티발 등  여러 교류를 이루고 있으며, 향후 유스센터와 우먼쉘터를 짓고 어려움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레이스 오 목사.

“한인교회에 담임목사가 흑인이 온다면 어떤 반응일지 모르겠지만, 잉글우드교회에 처음 부임한 날 온 성도들이 두팔 벌려 대대적인 환영을 해주었다. 뿐만아니라 늘 나를 귀하게 여겨주고 필요한 것이나 하는 모든 것을 서포트해주는 등 마음을 다해 사랑을 주었다”는 오 목사는 “흑인 역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왔는데 알면 알수록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또한 느낀 것은 한국 사람들과 정서가 비슷하고 정도 많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솔직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영성이 흑인들에게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시간이 갈수록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주님께서 환상을 보여주시기 전까지 저 또한 미국에 오고 나서 강도를 당한 적이 있어 흑인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던 게 사실이예요. 남부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시던 한인분들은 여러 안 좋은 경험 때문에 그 시선이 고울 수 없다는 것도 알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민족이든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다는 겁니다.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고 흑인 전체를 안 좋게 이야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목회하며 가장 어려운 것은 흑인교회에서가 아니라 바로 주변에서 ‘불가능한 일 왜하냐’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실 때입니다. 중요한 것은 비난하기보다 복음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해보일 지라도 예수님이 나를 통해 한명이라도 변화되고, 총 맞아 죽는 애가 한명이라도 구해질 수 있다면 저는 이 곳에 있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오 목사는 “병원목회를 하던 중 한 흑인 소셜워커가 나에게 ‘나는 한국 사람이 싫다. 한국사람들은 흑인을 상대로 돈을 벌어다 잘 사는 북쪽으로 가서 흑인 경제가 힘든 것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어쩌면 모두가 피해자고 모두가 가해자다. 적어도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지체로서 한 부분이 아프면 다 같이 아파하고, 한 부분이 기쁘면 다 같이 기뻐해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2014년 게렛신학대(목회학)를 졸업하고 현재는 교회사역과 United Theological Seminary 목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 목사는 “하나님의 섭리는 위대하며 우리를 향한 그의 섬세한 계획들이 있다. 편안한 신앙생활에 안주하려하기 보다 하나님 일을 하기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을 해야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 버리지 않고 계속 순종하며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것, 더 훌륭하고 나은 것은 없으며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것을 하나님께서 주시기에 능동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마음을 따라갈때 하나님이 쓰시는 역사가 일어난다. 하나님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잘한다는 안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은 진짜 일하는 동역자를 원하신다”고 전했다.<홍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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