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억류 학자 맞교환···트럼프 “우리도 합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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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맞교환에 따라 이란에 억류됐다 풀려난 중국계 미국인 왕시웨(왼쪽 사진 오른쪽)가 7일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 에드워드 맥뮬런 주니어 스위스 주재 미국대사와 포옹하고 있다. 같은 날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오른쪽 사진 오른쪽) 이란 외무장관도 이란 테헤란 공항에서 미국서 귀환한 마수드 솔레이마니 교수를 반기고 있다. [취리히•테헤란=AFP•로이터 연합뉴스]

각각 스파이·제재위반 혐의 수감
트럼프 관계 개선 시사 불구
본격적인 대화 이어질지 관심
핵 문제는 서로 양보 없어 걸림돌

미국과 이란이 7일 억류 중이던 상대국 학자를 1명씩 맞교환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사이에 성사된‘드문 협력’이다. 이번일로 양국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핵심 쟁점인 이란 핵 문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완고한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자국에 억류 중이던 이란인 마수드 솔레이마니와 중국계 미국인 왕시웨를 스위스 취리히에서 서로 교환했다. 미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생이던 왕시웨는 2016년 연구 목적으로 이란을 방문했다가 4,500여건의 기밀문서 유출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란의 생명과학자 솔레이마니는 방문교수 자격으로 미국에 갔다가 지난해 10월 미 당국의 허가 없이 줄기세포 관련물질을 이란으로 보내려 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수감 중이었다. 양국의 수감자 맞교환은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일에 맞춰 미국인 4명과 이란인 7명을 교환한 이래 약 4년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매우 공정한 협상에 대해 이란에 감사한다”면서“우리도 함께 합의할 수 있다”고 적었다. 공개적으로 이란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1,500억달러 선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 때 붙잡혔다가 트럼프 정부 때 돌아왔다”는 말로 왕씨의 석방을 자신의 외교치적으로 포장했다.‘ 1,500억달러 선물’은 지난해 5월 핵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돌연 탈퇴한 JCPOA를 뜻한다.

미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올 여름 호르무즈해협에서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던 양국 사이에 대화 무드가 조성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날 언론 브리핑에 나선 미 고위당국자는“이란이 향후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대화할 의사를 내비친 것일 수 있다”면서“이번 일이 이란과의 더 많은 성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위터를통해“이란 정부가 이 문제에 건설적으로 임해 기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란 핵 문제에 있어서는 양측 모두 양보 의사가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지난해 8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미국은‘이란산 원유 수출 제로’를 시도하며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AP통신은 억류 학자들 맞교환 보도에서“이란에 대한‘최대 압박’정책은 계속된다”는 미 고위관료의 말을 전한 뒤“이번 수감자 맞교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탈퇴 이후 핵합의 이행 수준을 점차 축소해온 이란도“미국이 불공정한 제재를 해제할 경우에만 대화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8일 원유 의존도를 대폭 축소한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저항 예산안’으로 우리가 모든 제재에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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