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개혁주의 신앙: 하나님의 예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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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국 목사(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논문심사위원)

 

하나님은 중간지대에 있는 인간, 즉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은 중립상태에 있는 인간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누구는 천당에 보내고 또 누구는 지옥에 보내지 않는다. 이것은 하나님의 예정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본래 하나님의 원수, 하나님의 적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적에게 어떤 일을 하여야 하나? 인간을 파멸하는 것이 하나님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예를 들어 A 국이 B 국과 전쟁을 치른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B 국의 군인들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악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A 국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들을 철저히 파멸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A 국은 B 국의 군인을 다 전멸하지 않고, 이들 중 특별한 사람을 선택한다. 이들을 B 국에서 데려와 악인의 탈을 벗게 만든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다. 그래서 착한 A 국 시민이 되게 한다. A 국이 B 국의 악인 중 일부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다른 악인들에 비해 죄가 작기 때문이 아니다. 선택받은 자들도 모두 똑같이 파멸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A 국은 이들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선택받은 자에게서 발견되지 않는다. 오로지 선택한 자에게서만 발견된다. 그렇다면 선택받지 못하고 유기된 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A 국과 대항하여 끝까지 싸우다가 모두 전멸한다.

지금까지의 비유가 하나님의 예정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유기된 자들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하나님과 대항하며 살다가 계속해서 범죄하고 결국은 멸망으로 끝난다. 바로 이점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7항에서 설명한다. “하나님께서는 피조물들 위에 행사하시는 그의 주권적인 능력의 영광을 위하여, 그가 기뻐하시는 대로 긍휼을 베풀기도 하시고 거두기도 하시는바, 택함 받은 자 이외의 나머지 인류에게는 그 자기 뜻의 측량할 수 없는 계획에 따라서 그들의 죄를 인하여 그들을 버려두시고, 그리고 그들이 치욕과 진노를 당하도록 작정하시기를 기뻐하셨으니, 이는 그의 영광스러운 공의를 찬미케 하려 하심이다.”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은 어떤 자들은 선택하지 않고 그냥 간과하기로 작정했다. 하나님이 왜 이들을 유기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한 뜻인가? 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죄를 극도로 혐오하고, 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판함으로 공의를 통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신다. 그들이 유기된 이유는 죄 때문이 아니다. 만약 죄가 유기됨의 이유가 된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유기되어야 한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본질적으로 더 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된 자와 유기된 자, 그들 자체만을 놓고 보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유기와 선택의 이유는 전적으로 하나님 자신 안에 있고, 우리의 눈에는 감추어져 있다. 우리의 눈에 감추어진 이유는 이것을 하나님이 말씀하셔도 인간의 지혜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에 대한 모든 것을 다 계시하지 않았다. 우리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만을 계시했다.

둘째, 하나님은 자신이 유기한 자들을 엄격한 공의로 다루신다. 죄는 그들이 유기된 것에 대한 이유가 되지 않지만, 심판의 이유는 된다. 하나님이 유기된 자들을 심판하시는 이유는 이들이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예수 믿는 것이 천국 가는 이유가 되지만 예수 안 믿는 것이 지옥 가는 이유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지옥 가는 이유는 예수를 안 믿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죄 때문이다. 예수 믿으면 구원받고 천당에 간다. 하지만 예수를 거절한 자는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자기 스스로 져야 한다. 어떻게 지는가? 영원한 지옥에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 하나님이 유기했기 때문이 아니요, 예수 안 믿기 때문도 아닌, 자기 인생과 죄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에 지옥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