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요리칼럼] 서정아의 건강밥상 “현미영양돌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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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요리연구가/시카고)

 

9세기초 당나라의 학자로 유명한 한유가 이렇게 말했다. “누가 산의 뼈를 깍아서 돌솥을 만들었나.” 이 멋스러운 시인의 돌솥 예찬은 꽤 인상적이다. 산의 뼈를 깍아 만든 솥이라니. 돌솥은 조선의 임금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곱돌로 만든 작은 솥에 꼭 한그릇씩만 밥을 짓는데 숯불을 담은 화로에 올려 은근히 뜸을 들여 지어 올린 수라를 즐겼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상으로 돌솥을 하사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까지 돌솥이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돌솥은 요란스럽거나 화려함을 마다한다. 우직한 돌솥은 두꺼워서 열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뜸이 골고루 들고 잘 타지도 않아 맛있는 밥을 짓기에 알맞다. 꽃처럼 화려한 재료는 아니지만 밤, 은행, 대추, 콩 등의 든든한 재료를 넣고 즉석에서 지어낸 영양돌솥밥은 훌륭한 균형을 갖춘 음식이 된다.

 

돌솥밥은 한 그릇 안에 영양성분을 고루 담아 먹을 수 있고,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한 상태의 밥을 먹을 수 있고, 다 먹고 난 후 따끈한 물을 부어 구수한 누릉지와 숭늉으로도 먹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 삼조이다. 개인용 솥이자 그릇인 돌솥밥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구수함과 따뜻함은 물론 만든 이의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어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게 된다. 피곤한 남편의 힘찬 하루를 위한 건강밥상으로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오늘은 돌솥에 영양을 가득 담아 낸 현미영양돌솥밥을 지어본다. 영양돌솥밥의 구수함을 더하기 위해 쌀은 현미를 사용한다. 현미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실온에서 하룻밤을 충분히 불려주고 불린쌀의 1.5배 혹은 더 넉넉하게 채수를 붓고 밥을 짓는다. 이 때 사용하는 채수는 찬물에 표고와 다시마, 양파, 무, 파뿌리 등을 넣고 끓여낸 물이다. 단호박, 토란, 자색감자를 함께 넣고 밥물이 넘치지 않도록 뚜껑을 열고 끓이다가 밥물이 자작자작해지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고 불을 약불로 줄인다. 약불 상태로10분 정도 지난 후 뜸들이기에 들어가는 돌솥에 밤, 은행, 대추 등을 넣는다. 10분 정도 뜸을 들인 후 마지막으로 돌솥밥의 별미인 누릉지를 위해 약 1분간 불을 세게 올렸다가 끈다. 또르르 말아 올린 달큰한 대추향이 돌솥을 은은하게 감싼다. 마지막에 함초를 넣어주면 더욱 진하고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약이 되는 밥을 우리집 건강밥상에 올려보자. 봄이 오고 있다. 어느 노랫말에서처럼 ‘맑은 시내 봄꿈을 안고 어린 싹이 눈을 비비는’ 요즘 현미영양돌솥밥으로 겨우내 움츠러있던 우리 몸속 세포 하나하나에 활력을 불어 넣어보자.

 

현미영양돌솥밥

 

재료 (돌솥 1인용 기준)

현미맵쌀 ¼컵, 현미찹쌀 ¼컵, 채수, 타로(멕시코 토란), 감자, 단호박, 은행, 대추, 함초 약간

 

만드는 방법
1. 하룻밤 불린 현미와 1.5 배의 채수를 넣는다.
2. 뚜껑을 열어둔 채로 타로, 감자, 단호박을 넣고 끓인다.
3. 끓는 거품이 자작자작 줄어들면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10분간 끓인다.
4. 은행과 대추를 넣고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10분간 뜸을 들인다.
5. 함초를 뿌리고 다시 1분정도 불을 강하게 올린 후 불을 끈다.

 

 

서정아의 힐링건강요리교실

문의ssyj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