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得意忘言(득의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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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위의 글은 ‘뜻을 얻으면 말(言)을 잊어버린다.’의 뜻으로, 이 글은 2016년 1월 새해에 <시카고 한인들의 새해 소망>이라는 제목의 시카고 각 단체장들의 새해 인사말이 게재(揭載)되었을 때 병신년(丙申年;2016년) 새해 신춘휘호(新春揮毫)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대 이 말은 장자(莊子)의 잡편(雜篇)에 나오는 글로서 원문(原文)을 소개해 보면,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전자소이재어 하니 득어이망전 이라. 제자소이재토 하니 득토이망제 라. 언자소이재의 하니 득의이망언 이라. 오안득부망언지인 하여 이여지언재 로다.) 해석하면, ’물고기 통발을 가지고 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막상)물고기를 잡으면 통발(그물)을 잊어버리고, 덫을 가지고 토끼를 잡으려던 사람이 토끼를 잡고나면 덫(올무)을 잊어버린다. 말로써 뜻을 전하려하는 것인데,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이렇듯, 그 말을 잊어버리는 사람을 만나 그와 더불어 이야기 하고 싶구나.’ 다시 풀어서 설명을 하면, 筌(전)이란, 물고기를 잡는 통발인데, 물고기를 잡고나면 통발은 잊어버리게 마련이고, 蹄(제)는 토끼를 잡는 올무(덫)인데, 토끼를 잡고나면 그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또 言(말)으로 뜻을 얻은 것인데, 뜻을 얻으니 그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고기를 잡고나면, 그 고기를 잡는데 소용되었던 기구를 잊어버립니다. 물고기나 토끼(짐승)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중에 또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발이나 덫은 소중하게 보존되어야 할 자산입니다.

이를테면 물고기나 토끼는 하나의 현상(現狀)입니다. 반면에 통발(그물)이나 덫(올무)은 모든 현상 저변에 있는 구조(構造)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설령 잊어버리든, 잃어버리든 상관이 없습니다. 또 잡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통발이나 덫입니다. 우리는 본질(本質)을 잊고, 당장 눈앞에 펼쳐있는 현상만 보고 일을 그르칠 수가 있습니다. 한 마리의 제비를 보고는 천하의 봄(春)이 왔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마리의 제비’ 가 아니라 ‘천하의 봄이 왔음.’ 이지요. 제비가 왔기에 봄이 온 것이 아니라, 봄이 왔기에 제비가 온 것입니다. 앞에 제목의 글도 장자가 사람들에게 3가지의 중요한 교훈의 말을 비유로 한 것인데 그중에 세 번째로 ‘得意而忘言’(득의이망언)에서 而(이; 말 이음)를 생략하고 쓴 것으로 사람과의 관계망을 잊지 말라는 것이지요. 사람과의 우정을 잊지 말고 계속 이어가라는 뜻입니다.

물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하고, 토끼는 잊더라도 덫은 남겨야하며, 뜻은 잊지 말고 사람과의 관계망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장자(莊子)가 말하는 철학(哲學)입니다. 득의(得意)란 ‘뜻대로 되어 뽐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약속을 잊어버리고 말아 관계망에 손상이 갑니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 는 무본 이요, 본입이도생 하나니.) 즉 군자는 근본을 소중히 여기나니, 근본만 확고히 서면 도(道)는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라는 뜻입니다. 군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근본(根本)을 갖추라는 것으로 득의(得意)를 했다면, 실천(實踐)을 해야지 망언(忘言)하지 말고, 덕(德)과 인(仁)을 행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