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絶纓之會(절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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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절영(絶纓)이란 글자의 뜻은 ‘갓끈을 끊어버린다.’의 뜻으로, 옛날 춘추시대 중국의 제후국가인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중원(中原)으로부터 오랑캐의 나라로 여겨져 무시당해 왔습니다. 그래서 초(楚)나라는 감히 왕(王)이라는 칭호도 쓸 수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다 중원의 연합군조차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초(楚)나라의 힘이 강해졌을 때가 있었는데, 바로 <장왕>(莊王)시대였습니다.

그는 왕으로 즉위하자 이때부터는 3년 동안 단 한 가지의 정책도 발표하는 일없이 밤낮으로 환락(歡樂)의 시간만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를 반대하는 신하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무조건 사형(死刑)에 처하겠다고 엄명(嚴命)을 내려 입을 모두 막아 버렸다. 왕(王)은 왼팔에는 정(鄭)나라 출신의 미희(美姬)를, 오른팔에는 월(越)나라 출신의 미녀(美女)를 안고서, 악사(樂士)들에게 둘러싸인 채 주색(酒色)에 빠져 있었다.

어느 날 밤, 이날도 신하들을 모두 불러 모아놓고는, ‘오늘밤에는 예의(禮儀)고 뭐고 떠나서 한번 걸쩍지근하게 놀아보자. 체면 차리는 자는 혼쭐을 낼 태다.’ 엄포를 놓고 신하들에게 술(酒)을 취하도록 흠뻑 마시도록 했다. 신하들 중에는 환성을 지르며 좋아서 왁자지껄 소란을 떨었는데, 마침 그 때 바람이 불어 등불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갑자기 한 애첩(愛妾)이 비명을 질렀다. 왕은 애첩에게 신하들의 시중을 들도록 했는데 불이 꺼져 어두워서 누구인지 모를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애첩을 껴안고 가슴을 더듬고 희롱(戱弄)을 한 것이다. 그녀는 놀라면서도 재빨리 그 신하의 갓끈을 잡아 뜯고는 왕에게 다가가 호소했습니다. ‘폐하!– 등불을 켜게 하시고 갓끈이 없는 자를 잡아주세요. 그자가 신첩을 희롱한자 이옵니다.’ 그러나 왕은 태연

하게 ‘오늘 밤은 내가 예의를 차릴 것 없이 마음껏 취하도록 마시라고 권했소. 자!–

이제 모두 갓끈을 잘라버리시오! 만일 갓끈을 계속 달고 있는 자는 혼을 낼 것이오.’

잠시 후 등불을 다시 켜고 주위를 살펴보니 신하들은 아무도 갓끈을 달고 있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몇 년 후, 진(晋)나라와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적의 면전에서 매우 용감하게 싸우는 장수가 있었다. 그의 뛰어난 용기 덕분에 드디어 초(楚)나라는 대승(大勝)을 거두게 되었다. ‘그대처럼 용감하고 용맹한 장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소이다. 내 큰 상을 내리도록 하겠소.’ 왕은 기뻐하며 크게 대접을 하려 했다.

그러자 그 신하가 엎드려 말했다. ‘폐하!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예전에 갓끈을 뜯겼던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그때 폐하의 온정으로 살아날 수 있었으니 그 뒤로는 목숨을 바쳐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려 했을 뿐입니다.’ 여기서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고서성어(故事成語)가 생겨났습니다. 絶(절)은: 끊을 절, 纓(영)은: 갓끈 영

으로 ‘갓끈을 끊은 인연으로 생긴 일’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의 장왕은 자기의 애첩보다는 신하의 입장을 배려(配慮)하여 선처를 한 것인데, 신하의 입장에서는 순간의 실수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는데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훗날 은혜를 갚는 것이 된 것입니다. 내가 조금만 양보하고 남을 배려한다면 훗날 엄청난 대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의미심장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