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田父野叟(전부야수), 語以黃鷄白酒(어이황계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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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이 말은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 101번에 나오는 글로서 이 책은 중국 명(明)나라 말기(末期)의 학자로 환초도인(還初道人)이라고도 불리는 ‘홍자성’(洪自誠)의 글인데, 유교사상(儒敎思想)을 근본으로 하되, 노장(老莊)(노자와 장자)의 도교(道敎)와 불교(佛敎)의 사상도 포섭(包攝), 융화(融和)하여 ‘인생의 참뜻과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고 보람 있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채근담’이란 제목은 ‘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 즉,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 는 뜻으로 이중에서 ‘菜根’이란 두자만 따서 지은 책입니다. 그 중 위의 제목처럼 ‘田父野叟’는 ‘시골늙은이= 일반서민을 말하는 것으로 ’시골 늙은이는 닭고기와 막걸리를 말하면 기뻐하나, 고급요리는 물어봐도 모르며, 무명도포(無名道袍)나 베잠방이를 말하면 좋아하나, 벼슬아치(지금의 고위 권력자)의 예복은 물어봐도 모르니 그 천성이 온전함으로 그 욕망이 담백(淡白)한 것이니, 이것이 인생 제일의 경지다.’라는 글의 앞부분입니다. 원문을 짧게 일부만 소개해보면, ‘田父野叟 漁以黃鷄白酒則欣然喜 問以鼎食則不知 語以縕袍短褐 則油然樂 問以袞服則不識.(전부야수 어이황계백주즉흔연희 문이정식즉부지 어이온포단갈 즉유연락 문이곤복즉불식). 다시 말하면 ’일반 백성들은 보통 닭고기에 막걸리 이야기를 하면 즉시 알아듣고 기뻐하지만, 귀인(부자)들의 음식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또 누더기 옷과 베잠방이 이야기를 하면 기뻐하되, 높은 벼슬아치들이 입는 예복(禮服)에 대해서 물어보면 알지 못한다.

이처럼 작금(昨今)의 사회상은 일반서민과는 아주 동떨어진 정책이나 너무 복잡하고 난해(難解)한 부동산투기나, 주식투자, 회사이름을 외국어나 약자 등을 사용하여 일부러 일반서민들은 무슨 업종의 회사인지도 모르고, 여러 회사로 분할하여 아무 사업이나 싹쓸이 식으로 독점하는 형태를 취합니다. 이런 일들을 일반서민들은 알지도 못하지만, 조금쯤 안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고, 정치권에서 연일 떠들어 데니 서민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불안에 떨면서 삶이 점점 더 힘들어 지기만 합니다. 그냥 쉽게 ‘닭고기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친구들과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어 합니다. 조선시대(朝鮮時代) 가장 뛰어난 철학가(哲學家), 경세가(經世家), 교육자이자, 또 능변가(能辯家)인 <이이>(李珥; 栗谷) (1536 – 1583)는 그의 저서 중에 하나인 <성학집요>(聖學輯要)(宣祖 8년, 1575년 지은 책)에 성현(聖賢)들의 말을 인용, 고증(考證)하고 설명을 붙인 책으로 제왕학(諸王學)을 정리해서 선조 왕에게 올렸는데, 이 책에서 말하기를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겨야 하지만, 진정 백성들이 하늘로 여기는 것은 군주(君主)가 아니라 먹을 양식이요, 백성들이 그들의 하늘, 즉 먹을 것을 잃으면 나라가 의지(依支)할 곳이 없게 되는 것은 불변(不變)의 진리(眞理)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권력자들이 자꾸만 당동벌이(黨同伐異)[같은 의견의 사람끼리는 서로 돕고, 다른 사람은 배척(排斥)함.]의 관계로 사사건건이 비협조적이면, 나라는 토붕와해(土崩瓦解)되고 백성은 굶주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