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작품상 등 3관왕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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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중앙)과 출연 배우, 제작진이 24일 열린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고 있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보헤미안~’ 4관왕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린 북’이 영예의 작품상을 차지했다.

24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철저히 균형과 안배, 다양성을 중시했다. 당초 각각 10개 후보를 배출한 ‘로마’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과연 몇 개 부문을 싹쓸이할지에 관심이 쏠렸으나, 아카데미는 한 작품에 몰아주기보다 골고루 여러 작품에 오스카 트로피를 안겼다. 또 백인 남성 중심에 탈피해 다양성과 인종 간 화합에 무게 중심을 뒀다.

가장 관심을 끈 작품상 트로피는 ‘그린 북'(피터 패럴리 감독)에 돌아갔다. ‘그린 북’은 196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분)와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셜라 알리)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작품.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실화 영화인 데다 인종차별 등 묵직한 주제를 담아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기는 했다. 그러나 막상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였던 ‘로마’를 꺾고 작품상을 받자 ‘이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린 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은 무대 위에 올라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라는 것,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린 북’은 작품상 이외에 남우조연상(마허셜라 알리), 각본상까지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전 세계 퀸 열풍을 불러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우주연상, 음향 효과상, 음향편집상, 편집상 4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감으로써 최다관왕이 됐다. 퀸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저는 이집트에서 이민 온 가정의 아들”이라며 “이런 스토리를 쓰고 이야기할 수 있어 더욱더 감사하다”며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열연한 올리비아 콜먼에 돌아갔다. 18세기 영국 왕실을 무대로 여왕 앤과 측근, 하녀까지 세 여성이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을 다룬 이 작품에서 콜먼은 절대 권력을 지녔지만 히스테릭하고 변덕스러운 앤을 다층적으로 표현해 찬사를 받았다. ‘더 페이버릿’은 10개 후보를 배출했지만, 여우주연상 하나만 가져가는 데 그쳤다. 올리비아 콜먼과 함께 유력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졌던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는 오스카에 올해 7번째 도전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여우주연상 단 한 부문에만 노미네이트 된 ‘더 와이프’는 이로써 무관에 그쳤다.

올해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 ‘로마’는 감독상과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로 넷플릭스 영화가, 또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지 관심이 쏠렸으나,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로마’는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을 어머니처럼 돌봐준 유년 시절 유모를 추억하며 모국에서 현지어(스페인어)를 사용해 흑백 영상으로 만든 영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3개 부문 수상자로 이날 세 차례나 무대 위에 직접 올라 각기 다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중 두 번이나 그는 “멕시코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쿠아론 감독은 2014년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거머쥔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카데미가 비록 작품상은 아니지만, 감독상 트로피를 ‘로마’에 안김으로써 넷플릭스 영화에도 빗장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피리어드. 엔드 오브 센텐스’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도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내며 ‘블랙필름’ 돌풍을 일으켰다. 남우조연상은 ‘그린 북’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를 연기한 마허셜라 알리가 받았다. 그는 2년 전 ‘문라이트'(2016)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지 2년 만에 다시 한번 트로피를 품었다. 여우조연상은 영화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리자이나 킹에게 돌아갔다.

1989년 제61회 시상식 이후 30년 만에 공식 사회자 없이 치른 올해는 예년과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 그리고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가수 애덤 램버트가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등을 부르며 시상식 포문을 열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호흡을 맞춘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는 이 작품 주제곡인 ‘쉘로(Shallow)’를 공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화로 주제가상을 받은 레이디 가가는 울먹이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꿈이 있다면 계속해서 싸워나가길 바란다. 열정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거절을 당하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각색상을 받은 영화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아카데미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한 그는 “2020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힘을 모으자. 이제 모두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해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이날 무대에는 다양한 배우가 다음 순서를 소개하는 사회자나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명의 공식 사회자가 없어도 시상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에서 주인공 레이철의 친구 페린 고 역을 맡은 한국계 미국 배우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를 비롯해 티나 페이, 브리 라슨, 대니얼 크레이그, 크리스 에번스, 에이미 폴러, 마야 루돌프, 샬리즈 시어런, 어맨다 스텐버그 등이 무대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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