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부채에 추락하는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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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400조 부양책에 재정악화
연방정부 빚 늘며 달러 힘 잃어
“가치 상실땐 달러가진 국가 재앙”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UBS는 달러화 움직임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초기에 8% 상승했는데 이 같은 흐름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와 유동성 부족에 더 강화됐다”며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에 대한 전망이 바뀌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UBS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대규모 셧다운(폐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매력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상대적으로 금리 우위가 있어 달러화를 지지해왔는데 이번 사태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른 주요 중앙은행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이 겹쳐 달러화 가치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결과 영국 파운드화와 스위스 프랑, 금이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월가의 달러화에 대한 시각도 UBS와 비슷하다. 일차적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악화 우려가 크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총 2조8,000억달러(약 3,4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최소 1조달러 상당의 추가 부양책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당 600달러를 주던 추가 실업수당을 400달러로 조정하고 급여세 유예를 뼈대로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결과적으로 재정적자를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재정적자 확대→연방정부 부채 증가→달러 약세 가속화’로 이어지게 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첫 9개월 동안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2조7,000억달러이며 회계연도 전체로는 3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증가하는 부채의 수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늘어나는 미국 정부 부채에 맞춰 달러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최근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고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 달러를 가진 나라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달러화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번 달러 약세는 금값 및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7일 달러화 반등에 12월 인도분 금이 전날보다 온스당 2%(41.40달러) 떨어진 2,028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여전히 온스당 2,000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마켓워치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단순히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세계경제 성장 전망에 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보는 반면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달러화의 약세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잠식하는 한걸음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달러화 약세의 기간을 두고는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대체적으로 달러화의 추가 약세에는 동의하면서도 장기가 아닌 중단기로 끝날 수 있다는 예측도 흘러나온다. 프라이빗뱅크(PB)인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윈신 글로벌 시장전략 헤드는 “연준이 다른 중앙은행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앞으로 몇 달 동안 저조해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달러화 약세가 오래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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