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름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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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규 목사(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담임)

“1994년 스프링 하베스트에서 강해설교를 했을 때의 경험이다. 당시 나는 마인헤드와 스케그네스 두 곳에서 설교를 하고 있었다. 마인헤드에서 이사야 49장을 가지고 설교하던 중 나는 특별한 하나님의 도우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설교에 분명 기름부음이 있었다. 난 그 다음주에 스케그네스에서도 같은 설교를 하면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두번째 설교는 힘겹고 초조했으며 끝나지 않을 것 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똑같은 원고를 가지고 했지만 두 설교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으셨고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후임으로 1977년부터 25년간 웨스트민스터채플의 담임목사를 엮임 하셨던 R. T 켄달 목사님의 경험입니다. 이와 같은 경험은 설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입니다. 같은 말씀을 가지고 설교를 했는데 한번은 감동하심이 충만하여 설교자 본인은 물론이고 참석한 회중들이 큰 은혜를 경험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감동과 은혜가 느껴지질 않아 설교가 끝날 때까지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무엇의 차이였습니까?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것은 성령입니다. 성령의 기름 부음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입니다.

기름부음이란? 성령의 임재하심을 나타내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요일 2:27; 요 14:26) 특별히 구약에서는 다양한 기름 부음의 경우들이 등장합니다. 첫번째 성소에서 사용되는 성전 기구들을 구별할 때 기름부음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거룩한 관유를 만들어(출 30:25) 모든 회막과 증거궤에 바르고 상과 그 모든 기구이며 등잔대와 그 기구이며 분향단과 및 번제단과 그 모든 기구와 물두멍과 그 받침에 발라 그것들을 구별하라 (출 30:26-29)고 하셨습니다. 이 기름 부음은 거룩한 물건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성소에서 봉사할 제사장들을 구별하실 때 기름 부음이 있었습니다. 거룩한 물건에 부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기름을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부었습니다(레 8:10-13). 세번째 경우는 왕을 세우실 때 기름 부음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첫 왕이었던 사울을 왕으로 명하실 때 그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삼상 10:1) 후에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 받은 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로 불려졌습니다(삼상 24:6). 네번째 경우는 기름 부으심을 통하여 성령의 임재하심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 부은 후에 사울에게 여호와의 영이 크게 임했고(삼상 10:6)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 부은 후에 여호와의 영이 임하게 됩니다.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삼상 16:13)

그러나 분명한 기름 부음의 경우가 아니었을 지라도 하나님께서 기름을 부은 자라고 인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편 105편 15절에 기록하기를 “나의 기름 부은 자를 손대지 말며 나의 선지자들은 해하지도 말라 하셨도다” 여기서 나의 기름 부은 자는 곧 아브라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는 실제로 기름 부음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를 기름 부음 받은 자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엘리야는 어떻습니까? 그가 기름 부음을 받았다는 기록은 성경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어 선지자가 된 엘리사가 엘리야에게 임했던 성령의 갑절을 요구하는 장면을 볼 때(왕하 2:9) 분명 엘리야에게 성령의 임재, 곧 기름 부음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스데반의 얼굴이 천사의 얼굴처럼 빛났던 것도 성령의 기름 부음 때문이었고(행 6:10), 하녀들 앞에서 그리스도를 부인했던 베드로가 오순절날 수천 명의 군중들 앞에서 담대히 설교할 수 있었던 것도 기름부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실제적 기름 부음을 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성령님의 영적 기름 부음, 곧 성령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름 부음이란 성령의 임재입니다. 성령이 임재하여 영적 기름 부음을 받은 자는 능력을 행하게 됩니다. 엘리야가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 앞에서 담대히 설 수 있었던 것 처럼, 스데반이 돌을 던지는 자들 앞에서 빛나는 얼굴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처럼 성령의 기름 부음을 경험한 자들은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사역이 억지가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 일을 감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기름 부음이 있든지 없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오늘 주님을 위하여 사는 삶이 기쁨과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면 당신은 지금 성령의 기름 부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