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역, 제가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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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하는 유명 영화평론가 다시 파켓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역작 ‘기생충’을 비롯해 ‘설국열차’, ‘아가씨’, ‘곡성’ 등 150편 이상의 한국영화 영어자막 번역과 감수를 해온 다시 파켓(47, 사진)이 ‘아시안 팝업시네마 시즌 9’의 모더레이터(관객과 영화를 이어주는 역할) 자격으로 시카고를 찾았다.

10일 본보와 인터뷰한 파켓은 영화평론가, 배우, 작가, 교육자 등 직업도 다양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한국말을 너무 잘한다. 한국어를 잘하고 잘 알기 때문에 그가 하는 한-영 번역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기생충의 영어자막을 본 현지 관객들로부터 한국인들처럼 영화를 잘 이해하고 작품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는 기생충이 대상을 받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파켓은 “기생충 같은 훌륭한 영화의 한국어 자막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영화 자막 번역은 연기자들의 표정, 행동, 목소리의 톤 등을 통해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고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포인트를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한데, 잘못된 번역의 경우에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금새 알아차리고 어색해한다. 성공적인 번역은 관객이 더 즐겁게 영화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에 늘 영화를 몇번씩 보고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고려대 영어 강사로 처음 한국에 왔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일하면서 틈틈이 한국 영화를 보는 게 취미였다. 한국 영화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도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한국 영화 리뷰 및 소개 웹사이트(koreanfilm.org)를 만들었고, 강사를 그만두고는 영화매거진 기자, 배우,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기회가 생기면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72년 메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다시 파켓은 칼튼칼리지(러시아어 학사)와 인디애나주립대(슬라브어학 석사)를 졸업했으며 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 등을 맡고 있다. 한국인 아내인 연현숙씨와 결혼해 슬하에 2명의 아들을 두고 서울에서 살고 있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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