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두려워말고 목소리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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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은 취재부 차장

 

한인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중년의 한인여성 A씨는 활발하고, 밝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불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무차 회사를 찾는 몇몇 굉장히 ‘불편한’ 손님들이 틈만 나면 손을 만지려고 하고, 사람들이 안 볼 때는 심지어 뒤에서 껴안으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A씨는 분명하게 “싫다”, “하지말라”, “그만해라”라고 말했는데도 계속 그런다고 했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같은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있나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의외로 참 많은 여성들의 유사한 피해사례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의 성희롱성 발언과 행동에 강하게 반발하고 싶어도 상대가 고객이라서 혹시 회사에 불이익을 끼칠까 우려돼 자신처럼 덮어두는 여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엄연히 부인이 있는 사람이 남편이 있는 나에게 ‘주말에 영화보자’, ‘참 미인이네 주말에 뭐해요?’라며 치근댈 때마다 굉장히 기분이 나쁘고 이것은 분명한 성희롱이다. 회사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벌써 몇 번이고 뒤집어 엎어버렸을거다.” 그녀의 절절한 변이다.

올들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숨죽여 고통받던 성희롱/성폭력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내 과거의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투에 대한 오용, 악용, 남용 지적과 아울러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지만 진실된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본보 여기자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 한인사회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단체장 중 일부 인사가 행사 취재나온 본보 여기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거나 술을 마구 권하는 몰지각한 짓을 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기자로부터 보고받은 본보 간부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당사자가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적이 있다. 무슨 이유때문이든 참고, 말 못하고,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고, 외로워하지 마세요. 누가 뭐라하든 당신이 불쾌했고, 당신이 기분 나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세요. 그 한마디가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또 다른 피해자를 살려내는 용기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