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메모리얼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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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un hong

홍다은 취재팀장

 

타국에서 태극기를 만났을 때 더욱 짠한 무언가가 마음 속에 다가온다. 지난달 28일 오전 시카고 다운타운에서는 수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메모리얼데이 추모식 및 퍼레이드가 열렸다. 게양대 중간으로 내려와 시카고 바람에 흔들리던 성조기 아래 열린 추모식은 경건히 진행됐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수많은 국기와 깃발들이 펄럭였다. 그러나 당연히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태극기는 볼 수 없었다. 미국 메모리얼데이니까 태극기는 없어도 된다 생각 할 진 모르겠지만, 한국전쟁과 한미 혈맹 관계로 볼 때 태극기는 메모리얼의 그 자리에 있을 충분한 명분이 있다.

“추모식에 태극기 못 봤죠? 태극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 부분은 커뮤니티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면서도 총영사관측에서 시 측과 논의 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추모식에 참석한 총영사관측 한 관계자가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국 시카고총영사가 참석했다. 시카고총영사관이 공식적으로 메모리얼데이 행사에 참석한 건 처음이란다. 이종국 총영사는 추모식 참석에 이어 퍼레이드 대기장소를 찾아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손을 잡고 일일이 인사했다. 그 중 한 참전용사는 자신의 조카가 한국에 있다며 버스 창문 밖까지 몸을 빼 총영사의 손을 붙들곤 했다. 이총영사는 또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한인커뮤니티 참가자들과도 악수를 나눴다. 한인들은 하나같이 “메모리얼데이에 참석한 총영사는 처음”이라며 반갑게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게양대에서는 아니었지만 메모리얼 퍼레이드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었다. 고령의 나이로 거동이 불편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태운 버스에 그려진 태극기가 있었고 한인 퍼레이드 행렬 앞에도 대형 태극기가 펼쳐졌다. 매년 한국전 참전용사 버스 바로 다음에 행진하던 한인커뮤니티였지만 올해는 두 팀의 순서가 약간 떨어져 태극기를 보고 나중에 또 보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재향군인회, 6.25참전용사전우회,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고엽제전우회, 해병대전우회, 육, 해, 공군 등 향군단체와 평통, 한발협, 일천만이산가족상봉추진위 등 100여명이 자리한 한인 행진단은 대부분 10 년, 20 년 동안 꾸준히 나오는 이들이라 한다. 황금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20년 넘게 가족과의 휴가를 포기하고 참가하고 있는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가자 중 한 한인은 “우리 가족은 메모리얼 데이에 휴가 갈 생각을 못한지 12년 됐지 아마.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가족들이 이해해주니 이렇게 매년 나올 수 있어 참 감사해”라며 도리어 고마움을 표했다.

160개의 참가팀 중 아시안 국가로는 한인커뮤니티가 유일해 태권도 시범, 사물놀이 공연 등도 선보였다. 시카고 대표 행사 중 하나로서 우리 고유의 꽹과리, 장구, 북 등의 소리가 다운타운 한가운데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를 흔들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격려와 뜨거운 박수를 전하고 싶다. 내년에는 게양대 높이 펄럭이는 태극기가 함께 하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