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하우스콘서트, 함께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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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영 기자

“달그락, 달그락… 꽝!”

내가 처음으로 참석한 ‘하우스 콘서트 인 시카고’(이하 HCC) 콘서트 때 들은 연주 소리다. ‘음알못’(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내게는 피아노를 하얀색 천으로 덮고, 피아노 안에 냄비 뚜껑까지 넣어 연주하는 박창수 피아니스트의 무대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이 전원 기립박수를 칠 때는 나도 박수가 절로 나왔다. 강렬했던 HCC 콘서트의 첫 인상은 아직도 마음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다. HCC 콘서트 취재때마다 단 한번도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음악은 시간 예술’이라는 관계자의 말에 이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HCC 콘서트에 대해 아직까지 한인 동포들의 관심이 적은 것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형식으로 연주자는 관객들과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고, 관객들은 연주자들의 표정, 호흡, 손짓 하나하나까지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이 흥미진진한 콘서트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어린 아들의 음악 교육을 위해 매달 온 가족이 열심히 참석하는 가족 등 HCC 콘서트 고정 팬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빈자리들을 보면 아쉬움이 크다.

HCC는 2002년 한국 연희동에 위치한 음악가 박창수의 자택에서 출발한 ‘The House Concert’를 모태로 시카고에는 2017년 창설돼 본보와 공동주최로 콘서트를 열어오고 있다. 창설 이래 클래식, 국악, 재즈, 현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때로는 아름다운 인간의 목소리로, 때로는 피아노·플룻·바이올린·첼로·클라리넷 등으로 재능있는 한인 연주가들을 찾아 무대에 세워왔다. 지난달 28일에는 무려 20번째 공연도 열었다. 연주회가 끝나면 와인과 다과를 제공까지 하면서 받는 돈은 단돈 성인 20달러, 학생 10달러다. 여전히 후원자 없이 관계자들의 자비로 운영되지만 매달 이들이 선사하는 음악회의 수준은 무척 높다.

아직 HCC 콘서트를 모르는 한인 동포들이 계시다면 한번쯤 꼭 참석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늘 최선을 다해 공연의 A TO Z를 담당하는 황규섭 디렉터를 비롯해 모든 코디네이터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순수한 동기로 시작해 20회째 돈은 안되도(?) 전문 음악인이 선사하는 음악을 즐기게 하고, 무대가 부족한 재능있는 한인 음악가들에게 연주기회를 주며,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앞으로 50회, 100회째 콘서트를 더 많은 한인 동포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축하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