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위험에 예외없는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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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폭염·서유럽 홍수에 충격적 현실 인식
“기후변화 지연은커녕 공존 준비도 안 돼”
빈국들 ‘양기치 소년’ 취급한 부국들 반성할까

최근 북미 폭염과 서유럽 홍수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조차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기후변화를 촉발한 ‘원죄’를 속죄할 만큼은 행동하지 않아 온 선진국들이 직접 피해를 겪은 뒤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북미와 유럽의 기상재해는 세계가 기후변화를 늦출 준비는 물론 이와 공존할 준비도 안 됐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북미 서부지역은 지난달 중순부터 ‘100년만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최고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일 미국 오리건주는 이번 폭염으로 116명이 숨졌다고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사이 변사자가 700여명으로 평소 같은 기간의 3배였다고 밝혔다.

이달 13~14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 등지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발생한 홍수 사망자는 현재까지 180여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도 수백 명이고 실종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해수면상승으로 나라가 물밑으로 가라앉을 위기인 몰디브의 대통령을 지낸 모하메드 나시드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기후취약국포럼(CVF)를 대표해 낸 독일 수재민 위로 성명에서 “이번 홍수는 기후위기 앞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한다”라고 지적했다.

나시드는 “(국가별로) 기후위기로 받는 피해가 똑같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몰디브와 같은 작은 섬나라에 거주하든 서유럽 선진국에 살든 기후위기엔 누구나 위험하다”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이번 폭염과 홍수가 발생했다는 데 이견이 사실상 없다.

프리데리케 오토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원장은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이 아니라면 북미의 폭염도 없었을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서유럽에 홍수를 일으킨 폭우도 온난화로 대기가 따듯해지면서 더 많은 습기를 머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폭염과 홍수는 공교롭게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수개월 앞두고 발생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방안이 논의되며 각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간 자연재해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에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해왔다.

대표적으로 필리핀은 2013년 태풍 하이옌에 큰 피해를 본 뒤 당시 난항을 겪던 새 기후변화협약이 타결되도록 선진국들이 긴급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9)는 당시 만료를 앞둔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 체제를 내는 데 실패하고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에야 체결됐다.

국제환경연구기관 ‘세계자원연구소'(WRI) 울카 켈카르 인도지부장은 “개도국에서 기상이변으로 큰 피해가 발생해도 지난 100년간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산업국가들의 책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라면서 “강도가 세진 재해가 이제 부국까지 타격하면서 기후변화에 맞서고자 세계의 도움을 구하던 개도국들이 ‘양치기 소년’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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