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이 낳은 코로나, 쉽게 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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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 ‘변이+변이’ 조합 증거 발견
영·호 등 새 변종 감염자도 늘어
백신 접종마저 무력화 우려 커져

글로벌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만
기후변화 가속에 돌연변이 지속
자연파괴 안 멈추면 ‘재앙 반복’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세가 전달에 비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재조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여기에 감염병의 근본 토양인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며 기후 위기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점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만약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가 서로 결합돼 여러 개의 돌연변이를 동시에 일으키면 코로나19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에게 생긴 항체마저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의 집계 결과 지난 1월 8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점을 찍었을 때 84만여 명이었고 15일 기준으로 26만여 명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변이 바이러스 간 재조합 확산에 따라 다시 확진자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 920만여 명이고 사망자는 241만여 명에 달한다.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베티 코버 박사는 최근 “영국에서 비롯된 B.1.1.7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B.1.429 변이 바이러스 사이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코버 박사는 앞서 지난 2일 뉴욕과학원 회의에서 “캘리포니아주의 바이러스 시료에서 재조합의 꽤 분명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 바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이뤄지면 여러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강한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재조합도 돌연변이의 한 유형이다. 하나의 변이주가 다른 변이주(들)과 재조합을 일으켰다고 해서 변종이라 표현할 수 없고 새로운 변이주가 생성됐다고 보는 게 올바른 표현”이라며 “어떤 유형의 돌연변이를 장착한 변이주든 ‘새로운 변종’으로 취급되려면 기존의 변이주와는 크게 다른 질병발생 특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돌연변이는 부모 세대의 유전체에 없던 유전정보의 변화가 나타나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돌연변이가 한 번에 하나씩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최근 “영국·미국·덴마크·호주 등 11개국에서 B1525로 불리는 새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는 완치된 사람을 재감염시키거나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레딩대 미생물학 교수는 “감염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강한 것으로 밝혀지면 백신의 효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변이에 맞게 백신을 개조해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제레미 카밀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미국 전역에서 동일 유전자에서 발현된 7개 종류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카밀 교수는 “인간 세포 침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시간이 갈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오는 3월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주종으로 자리잡아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하와이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100년간 기후변화로 중국 윈난성 등 남부 지역과 라오스·미얀마 등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환경 생태 분야의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의 최근 100년간 온도와 강수량, 구름의 양,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생의 변화를 지도로 만들었다. 그 결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열대 관목림이었으나 오늘날 박쥐가 좋아하는 열대 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변한 것을 확인했다. 최근 100년간 40종의 박쥐가 중국 남부와 인접한 라오스·미얀마 지역으로 유입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들 박쥐가 보유한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도 약 100종 이상인 것으로 추산했다. 과학자들은 박쥐 한 종이 평균 2.7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품어 세계적으로 박쥐가 약 3,000종의 상이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 숙주로 지목된다. 로버트 베이어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은 “최근 박쥐 종이 늘어난 중국 남부 지역은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꼽힌 천산갑의 주요 서식지와 같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종 사이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자연 보호와 야생동물 거래 금지 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도 2002년 중국 남부에서 시작됐다.

안드레아 매니커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앞으로 다른 감염병 위협을 줄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구촌에는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흑사병, 베트남 등 동남아의 뎅기열, 미국 텍사스주 레이크잭스시의 ‘뇌 먹는 아메바’ 등 감염병 확산 우려가 적지 않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의 가속화에 맞춰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며 “근본적으로는 경각심을 갖고 기후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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