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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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웅(자유기고가/글렌뷰)

우리 인생은 시작부터 골라야 할 것들이 있다.  태어나서 일년이 되면 첫 돌(돐)이라하여 돌 상을 차리게 된다.  이 때 상 위에 있는 몇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게 된다. 남자아이는 쌀, 돈, 책, 붓, 먹, 두루마리, 활, 장도(칼), 실타래, 대추, 국수, 떡 등을 놓고, 여자아이는 쌀, 돈, 책, 붓, 먹, 두루마리, 바늘, 인두, 가위, 잣대, 실타래, 대추, 국수, 떡 등을 놓아 두었다. 이러한 풍습은 한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첫 생일을 무사히 넘긴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 였다.  돌 잔치의 돌은 열두달을 한바퀴 돌았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말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젊어서는 도전하고자하는 열정도 있었을 것이고, 취미도 있었겠고, 여행도 즐기며, 주변의 많은 지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의 행위는 적응적 이득이 증가했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또한 면역력이 강해서 어느 한 구석이 아파도 금새 좋아 지는 것은 젊음을 가젔기에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해 지면서 번식 능력이 저하되면 병균의 침략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가 된다. 어린 시절 겨울철에 만나게 되는 빙판길은 동네 친구들과 놀기에 좋은 장소 였지만,  지금은 넘어지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부터 앞서는 무서운 곳이 되어 버렸다. 태어나서 죽는 그 날까지 삶의 흐름의 끝판은 조심이다.  흐름을 완만하게 하기 위해선 무엇 보다도 몸이 건강해야 한다. 노년의 건강함이란 그 자체가 기품(氣品)이다. 이 기품을 다른 말로 노익장이라 부르고 싶다.  노년에 몸이 허약해지는 것은 하나의 섭리이다.  이것이 약점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큰 잘못이다.  허약해진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인정하고, 이해를 해서 받아 들여야 할 부분이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는 “노인 같은 구석이 있는 젊은이를 좋아 하듯이, 젊은이 같은  구석이 있는 노인을 좋아 한다고 했다. “즉, 젊은이 같은 노인이 보기 좋아서 일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성찰을 통해서 항상 자신을 지켜 보아야 한다. 삶을 마무리 하고자 하는 종점에 와 있는 사람일수록 성숙하고 지혜로운 노인이 되어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함을 보게 된다. 자기 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과 친분을 갖기란 쉬운게 아니다. 그러나 젊은이 같은 노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야 될것 같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대적인 트렌드를 알기란 무척이나 어려워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면 친구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싯점이 지나면 친구란 고장난 녹음기 하나 끼고 있는 거와 같다. 매번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의 녹음테이프가 돌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정말로 안하는게 여럿이 생기는데, 그 중에 으뜸은 성찰을 통한 자기 반성이라는게 없다. 아무리 좋은 차를 가지고 있다 해도 휘발유(gas)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노인도 무언가 하고자 하는 마음과 정신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 해도 쓸모 없는 고철인 것과 같이 노인도 하나의 산 송장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누구던지 몸이 부자유스러운 시기가 꼭 온다.  그 때에 사용할 정신력을 미리 비축해 두자는 거다.

배운것중에 “참는게 미덕“이란 문화가 있다. 자기 주장을 언제 어디서고 표현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는게 요즈음의 노년들이다. 그러나 돌 상에서 선택을 했듯이 아프면 아프다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을 해야 한다. 감정 표현만큼은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갖어야 한다. 노년에 나타나는 노추(老醜)와 품격은 선택 사항이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게되면, 자신의 품격이 나타날 것이고, 서 있는 시간 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노추가 나타날 것이다. 모든 선택은 각자 자기 몫이란 걸 이해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