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서 잇단 ‘유대주의 혐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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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영국 런던 북부의 한 상점 유리창에 반 유대 낙서가 911 숫자와 함께 그려져 있다.[AP]
뉴욕 랍비 저택 칼부림 난동 용의자 그래프턴 토머스가 29일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AP]
유대교 축제 ‘하누카’ 기간
괴한 칼부림·인종증오 낙서
트럼프 친 이스라엘 행보속
반 유대 공격에 연말 ‘얼룩’

반 유대주의 혐오 범죄가 연말 미국과 영국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유대교 최대 축제 ‘하누카’ 기간인 지난 28일 뉴욕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흉기 난동이 발생해 5명이 다친데 이어(본보 30일자 보도) 이튿날에는 영국 런던에서도 유대교회당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세밑 유대교 축제가 증오로 얼룩진 셈이다.
뉴욕주 몬시에 있는 한 랍비(유대교 성직자)의 자택에 복면을 쓴 괴한이 침입해 하누카 기념행사 참석자들을 찌르고 달아난 사건의 용의자 그래프턴 토머스는 범행 후 도망쳤다가 피투성이 상태로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내 반유대 범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한 가운데 지난해 뉴욕시에서만 전년 대비 21% 증가한 1,879건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도 뉴저지주 유대인 식품점에서 총기 난사로 용의자 2명 등 6명이 숨졌고, 뉴욕 맨해턴에선 유대인 상대 무차별 폭행사건도 발생했다. 뉴욕시 경찰국이 혐오 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이번 먼시 흉기 난동에서 보듯 반유대 범죄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미국 내 반유대 범죄가 전년보다 무려 57%나 급증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 이스라엘 성향이 뚜렷하고 반유대주의에 대한 혐오도 곧잘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대체로 정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하누카 축하행사에서 반유대주의를 방조하는 대학에 연방정부의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막강한 유대계 표심을 의식한 대선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 게 단적인 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의 참화가 있었지만 미국에서 유대인이 주류로 부상하고 이스라엘이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얻으면서 반 유대주의는 쇠락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 세계화 조류가 부상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회복했다.
유대인들이 전 세계의 금융과 정치를 좌지우지하면서 불평등을 확산시킨다는 부정적인 인식에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 책임론도 한 몫을 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서방권의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와 맞물리면서 때로는 폭력적인 성향으로까지 번졌다.
실제 미국의 몬시 사건 이튿날 영국 런던에서도 유대교회당과 인근 상가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그려진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CNN방송은 이 낙서에 ‘911’이라는 글자가 함께 쓰여 있었던 점을 들어 “유대인들이 2001년 9·11 테러에 책임이 있다는 음모론이 담겨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 포퓰리즘의 득세, 대중영합적인 정치선동 등과 연관된 반 유대주의가 물리적 폭력까지 수반하는 서방 국가들 전반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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