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세포로 생산 인조고기 식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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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으로 만든 치킨 너겟.

첫 제품 ‘치킨 너겟’…수개월내 시판

동물세포를 배양해 생산한 배양육이 연내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배양육은 동물에게서 떼어낸 작은 세포를 배양해 고깃덩이로 만든 것으로 장차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류의 식량난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3년 배양육으로 만든 세계 첫 햄버거 시식회가 런던에서 열려 세계적인 뉴스가 됐지만 당시 햄버거 1개분 배양육 생산비가 개당 30달러 이상에 달해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벤처기업이 배양육 생산비를 극적으로 낮추는데 성공,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NHK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타트업 ‘JUST’사는 치킨 배양육을 몇달내로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조시 테트릭 최고경영자(CEO)는 “첫 제품은 치킨 너겟이 될 것”이라면서 “몇개월내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테트릭 CEO는 가격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가격 책정은 각국 개발업체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의 하나라고 지적, 끝내 밝히기를 거부했다. 양산 규모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만큼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첫 판매국이 어디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시아의 어느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고 싱가포르와 홍콩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NHK는 취재일정을 조정하는 동안 테트릭 CEO가 갑자기 중국 출장을 가는 바람에 일정조정이 미뤄지기도 했다면서 식량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강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첫 판매지로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 회사 연구실은 시험관과 기자재가 놓여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연구실과 다름없었다.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둘러본 배양장치에서는 투명한 용기속에 든 배양액 속에서 세포가 분열을 반복하며 빠르게 증식하고 있었다.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니 살아있는 세포가 그물눈처럼 증식하고 있다. 세포 1개가 치킨 너겟 1개분의 ‘고깃덩이’로 자라는데는 2주일 정도 걸린다. 배양액의 성분을 묻자 식물에서 유래한 단백질 등이 들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계 각지의 식물에서 채취한 영양분을 조합해 어떻게 빨리, 저렴하게 세포를 배양할지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연구를 거듭한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가축의 사료와 똑같은 영양분을 세포에 공급해주면 자연히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 너겟 시식기회를 제공했다. 취재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배양육을 기름에 넣고 1분여 기다리자 너겟이 완성됐다. 외관은 보통 너겟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반으로 잘라보니 속은 약간 미끄러운 느낌이다. 흰색으로 너겟이라기 보다 어묵에 가까워 보였다. 먹어보니 식감이 예상했던 것보다 탄력이 있고 닭고기 맛 그대로였다. 눈을 가리고 시식하면 보통 가게에서 파는 치킨 너겟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배양육에 대한 미국내 반응은 복잡하다. 축산업계와 농업계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미농업연맹은 지난 1월 열린 올해 연차총회에서 처음으로 배양육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무대에 오른 전문가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기업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도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곧 시판하지 않더라도 세계는 머지않아 배양육을 먹게 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축산농가 사람들은 “판매할거면 진짜 고기와 구분해 달라”, “진짜 동물에게서 나온 ‘고기’를 고기라고 하는 것이니 우리는 제대로 된 ‘고기’를 먹고 싶다”고 주장했다. 세포를 배양한 ‘고기’는 가짜 고기라는 논리다. 개발이나 연구를 하지 말라는건 아니지만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보통 ‘고기’와 확실히 구분하라는게 농가의 주장이다.

배양육은 안전할까? 유통시켜도 분제가 없을까? 일반인에게는 다소의 저항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음식’인 만큼 배양육에 대한 규제 논의는 미국에서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배양육은 ‘고기’인가, 아니면 ‘가공식품’인가, 그도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동물의 고기와 구별하려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관리감독은 정부 어느 기구가 맡아야 하나 등 여러가지가 논의된 끝에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 식품의약국과 농무부가 공동으로 감독하기로 결정했다.

식품의약국은 세포배양과정을, 농무부는 배양육을 식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감독한다.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배양육 연구에서 배양액의 성분과 제조방법은 회사별로 다양하다. NHK는 각각의 안전성 점검 등 규제 전체를 정비하는데는 아직 시간이 더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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