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훗 73.7%, 프렉윙클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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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렉윙클 후보에 압승을 거두고 시카고시 최초의 여성흑인 시장으로 당선된 로리 라이트훗이 2일 밤 선거후 파티에서 승리연설을 하고 있다.

시카고시 사상 첫 동성애 흑인여성 시장 탄생

2명의 흑인여성이 맞붙은 시카고 시장 결선투표는 로리 라이트훗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시카고시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인 흑인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미국내 대도시에서 흑인여성, 그것도 성소수자 시장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선거사에 새로운 기록을 쓴 셈이다.

2일 실시된 시카고 시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선출직에 처음 도전한 정치 신예 로리 라이트훗(56, 민주) 전 연방검사가 거물급 정치인 토니 프렉윙클(72, 민주, 쿡카운티 의장)을 압도적 차로 누르고 최종 승리했다. 개표가 98%이상 마무리된 시점에서 라이트훗과 프렉윙클의 득표율은 73.7%(36만4,965표)와 26.3%(13만327표)였다.

시카고 56대 시장이 될 라이트훗은 “지금 이 순간을 모멘텀 삼아 시카고에 밝은 새 날을 열어가자”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라이트훗은 동성배우자 에이미 에술먼과 어린 딸 옆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그는 환호하는 군중에게 “오늘 당신은 역사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일을 했다. 당신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임마뉴엘(59, 민주) 현 시장의 뒤를 이어 오는 5월 공식 취임하게 된다.

언론은 라이트훗이 크게 세 가지 면, 즉 흑인 여성이라는 점, 그것도 성소수자라는 점,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미 정치 역사에 큰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카고시는 1979년 첫 여성 시장 제인 번(81)에 이어 1983년 첫 흑인시장 해롤드 워싱턴(1922~1987)을 선출했고, 전국적으로는 최초의 흑인 여성 연방상원의원 캐롤 모슬리-브론(1992)과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2008)를 배출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사회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시카고에서 흔히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흑인’ ‘여성’ ‘동성애자’ 수식어를 한 번에 단, 정치 무경험자 시장이 탄생한 데 대해 현지 언론은 ‘정치 머신’으로 일컬어지는 부패한 시카고 정치에 신물 난 유권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라이트훗은 이번 선거에서 급부상한 시카고 정계의 새 얼굴로, 경찰 감독·감찰 기관의 수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연방검찰 일리노이 북부지원 검사,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 소속 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시카고시의 총체적 부패를 드러낸 흑인 소년 16발 총격 사살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경찰위원회 의장으로 경찰 개혁과 정치권 부패 일소를 촉구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라이트훗은 결선 캠페인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프렉윙클을 앞섰고, 양대 지역신문과 경선 경쟁자들로부터 잇딴 공개지지를 끌어내며 줄곧 선두를 지켰다. 오하이오주 매실런에서 태어나 미시간대학(앤아버)과 시카고대학 법대를 졸업한 라이트훗은 전국적으로 악명 높은 시카고시의 총기폭력·치안 문제와 막대한 규모의 공무원 연금 적자·만성적 재정난 해결을 숙제로 떠안게 됐다.

한편, 시카고 시의원 결선투표 중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33·39·40지구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모두 물갈이됐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마가렛 로리노 현 시의원의 후임을 결정하는 39지구 결선투표에서는 사만사 누전트(6,807표/55.5%)가 로버트 머피(5,468표/44.5%)를 누르고 당선됐다. 40지구에서는 안드레 바스케즈(7,269표/53.9%)가 현 시의원인 패트릭 오코너(6,209표/46.1%)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당선됐다. 33지구에서도 로사나 산체스(5,479표/50.3%)가 데보라 멜(5,415표/49.7%) 현 시의원을 이겼으나 표차이가 64표에 불과해 우편투표까지 집계가 나와야 최종 당선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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