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의 경제학, 당첨금 높다고 사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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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평균 86달러 구입, 소득 낮을수록 더 많이 구입

툭하면 당첨금이 수천만달러에서 심지어 수억달러까지 치솟는 미국 로토 복권. 당첨금이 높아질수록 관심도 열풍으로 번진다. 번개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극악의 확률이지만 ‘손해볼 것 없는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함정이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 CNBC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기준 미국의 연간 복권 판매액은 7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음악, 독서, 스포츠 경기관람, 영화 관람액 등 문화생활에 쓰는 총 비용보다도 큰 액수다. 미국인은 한달에 평균 86달러, 연간 1,038달러 가량을 복권 구입에 쓴다.
WP는 당첨금이 높아질수록 복권 구매가 경제적으로 합당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연방 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이 복권을 구입하지만,로토에 큰 돈을 쏟는 이들은 연소득 3만달러 이하 소득층과 65세 이상 노인층으로 나타났다. 연봉이 3만달러에 못미치는 이들은 소득의 13%가량을 로토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계에 짐이 되는 수준이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7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 사이 미국에서 로토를 가장 많이 구입한 연령층은 65~74세 노인으로 월 평균 지출액이 130달러에 달했다. 45~54세 중년과 75세 이상 노인들도 70달러 이상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펀 파이낸셜의 애론 클라크는 “1달러의 가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면서 “연수입 50만달러인 이들이 1년에 1,000달러를 쓰는 것과 3만달러 소득인 이들이 1,000달러를 쓰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WP는 당첨금이 지금처럼 거액으로 불어난건 메가밀리언과 함께 대표 로토 복권인 파워볼이 2015년 당첨확률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파워볼은 기존에 당첨확률이 1억7,500만분의 1이었지만, 현재 2억9,200만분의 1까지 낮아졌다. 메가밀리언은 3억200만분의 1 수준이다.
WP는 당첨금보다 실제 받을 액수는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복권 당첨자는 30년에 걸쳐 나눠받는 방식과 일시금 수령을 택할 수 있는데, 일시금을 택하면 당첨금의 40%가 날아난다. 여기에 각종 세금까지 더하면 실제로 받는 금액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당첨자가 중복될 경우 이를 또 나눠가져야 한다.
당첨금이 실제로 행복을 증가시키진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버드대학과 워윅대학 연구진 등에 따르면 2,000만달러 이상의 거액 당첨자들과 15만달러 이하의 소액 당첨자들은 대부분 당첨 후 불행에 빠졌다고 응답했으며 오히려 20만달러 이상의 중간정도 행운에 당첨된 이들은 행복감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포브스는 “극악의 확률에도 사람들이 복권 구입을 하는 것은 마치 담배 처럼 하루에 2달러씩 쓰는 것이 죄책감을 덜어주는 작은 소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면서 “필수 지출과 저축을 하고도 남는 돈을 복권에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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