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밉지만 버거는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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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산리툰에 12일 문을 연 미국 햄버거 체인점‘쉑쉑 버거’ 매장이 몰려든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베이징 쉑쉑버거 문전성시···3~4시간씩 대기
미·중 극한 대결 무색···‘불매운동’은 기우

미국산 불매운동은 없었다. 미국 햄버거 체인점 ‘셰이크(Shake Shack·일명 쉑쉑)버거’가 베이징에 문을 열자 고객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미국과 전방위로 격돌하면서 중국 내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지만 맛을 향한 소비자들의 욕구는 어쩌지 못했다.

지난 12일 베이징 도심 산리툰의 쇼핑몰.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1층 야외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버거를 사는 데 3~4시간씩 기다리는 건 기본이지만 짜증보다는 설렘이 앞서는 표정이다.

손님 천모씨는 “뉴욕에서 가장 맛있다는 버거를 양껏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주민 왕모씨는 “베이징과 뉴욕이 만나는 문화융합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여성은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값이 90위안(약 13달러) 정도라 미국보다 싼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 매장은 지난해 1월 상하이에 이은 중국 내 두 번째 매장이다. 베이징 한복판에 미국 버거 전문점을 개장한다는 소식에 당초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았다. 11일 글로벌타임스 설문조사에서 31%는 ‘이전에는 미국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36%는 ‘미국을 좋아한 적이 없다’고 각각 답했다. 총영사관 폐쇄, 틱톡ㆍ위챗 금지 등으로 미국이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그 불똥이 튈 거란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의 실제 선택은 달랐다. 관영 환구시보는 13일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왕성한 구매력이 미국 버거 브랜드를 국내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사사건건 미국과 맞붙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언제든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일 합리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 체인점 ‘타코벨’도 이달 말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 예정이다.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상하이에서 문을 연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코스코’ 1호점은 한꺼번에 몰려든 수천 명의 소비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4시간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미중 경제협의체가 12일 중국에 진출한 회원사 1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시장을 떠날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8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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