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자살 19년래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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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영향”···브리지 박사 연구 결과

10대 소녀의 자살을 소재로 한 유명 넷플릭스 드라마의 영향으로 미국 청소년의 자살 건수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미어린이병원(NCH)의 자살연구가 제프 브리지 박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13 Reasons Why’가 방영된 지난 2017년 3월 이후 9개월간 10~17세 사이 청소년의 자살 건수가 급증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브리지 박사는 드라마 방영 1개월 후인 지난 2017년 4월에만 190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0.57명으로 직전 5년에 비해 30%나 증가한 수치이자 19년래 최고치다.

그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일부러 주인공의 자살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연출했다”면서 청소년 자살 행동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2013~2017년 사이의 전 연령 사망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8세 이상에서는 10대의 자살과 같은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자살에 대한 미디어의 자극적인 묘사가 특히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보여준다고 시카고대 사회학자 애나 뮐러는 설명했다. 다만 브리지 박사는 이번 연구가 해당 기간에 목숨을 끊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이 드라마를 시청했는지, 또는 자살에 영향을 준 다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며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자살을 조장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넷플릭스 측은 드라마 ‘13 Reasons Why’ 일부 에피소드에 경고문구를 삽입하거나, 웹사이트에 위기상담 전화 기능을 넣고, 출연 배우가 직접 시청자를 향해 조언을 건네게 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홍보담당자는 이번 연구결과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는 이 민감한 주제를 책임감 있게 다뤄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국립정신과학연구소(NIMH)의 리사 호로비츠 박사는 부모 또는 어른과 청소년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이 인생의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를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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